[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이창수 ‘삼월에 내리는 눈’

2025-03-10     차형석 기자

삼월에 눈이 내리네
삼월에 내리는 눈은
땅에 닿기도 전에 녹아버려
발자국 하나 남길 수 없네

그 무엇 하나 새길 수 없는 마음으로
삼월에 내리는 눈을 보네
우우우우 유리창엔
바람의 한숨만 쌓이고

유리창에 흘러내리는 긴 눈물 지우며
어둔 창의 뒤편에 골몰하다 보면
가닿을 수 없는 자리마다
오래된 사람의 발자국이 보이네

삼층 석탑을 쌓던 구름이 무너져
삼월 하늘에 눈이 내리네



간절했던 사랑이 잊혀져 간다

한겨울에도 눈이 드문 도시에서 삼월에 눈이 내렸다. 겨울의 끝자락을 여태 놓지 못하고 있어서인지, 삼월의 눈은 물기가 많고 축축하다. 가버리는 것에 대해 미련이 많지만, 아스팔트에 닿기도 전에 녹아내리거나 이내 눈비가 섞인 진눈깨비로 변하는 삼월의 눈.

시에서도 눈이 땅에 닿기 전에 녹아버려 ‘발자국’을 남길 수 없다 하였다. 발자국을 가슴에 새겨진 기억이나 흔적으로 본다면 시의 화자는 이미 잊힌 존재다. 반면 ‘오래된 사람의 발자국’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다. ‘가 닿을 수 없는 자리’, 아마 심장 안쪽 저 깊은 곳에. 그 간극이 ‘한숨’으로 쌓인다.

화자는 눈의 전신이 삼층 석탑을 쌓던 구름이라고 보았다. 석탑을 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였을까. 얼마나 간절한 비원을 담았을까. 그것이 무너져서 내리는 것이 삼월의 눈이라니, 삼월의 눈에 섞인 물기는 더 많이, 더 오래 사랑했던 사람의 우우우우, 울음인 셈이다. 송은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