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피 대상 동물 화장장, 솔로몬의 지혜는

2025-03-11     권지혜 기자

바야흐로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 몇 년 전만 해도 반려동물이 죽으면 인근 산이나 밭에 묻거나 의료폐기물로 처리했다면 지금은 화장을 하는 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반려동물 장례식을 낯설어하거나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도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그러나 동물 화장장은 여전히 모두가 기피하는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내가 사는 동네에 동물 화장장이 건립되는 걸 반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최근 북구 대안마을 인근에 동물 화장장이 건립된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결사 반대하며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주민들은 동물 화장장 건립 예정지가 상대안마을과 하대안마을 중간에 위치한데다 신라 선덕여왕때 건립된 사찰인 신흥사로 가는 관문에 있어 동네 이미지가 나빠지고, 소각으로 발생하는 매연 등 환경 문제도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로 동물 화장장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대안마을에는 레미콘 공장부터 동물 화장장까지 안 좋은 것만 들어온다” “주민 생활권이 먼저다”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동물 화장장 건립에 법적 저촉 사항은 없어 건립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물보호법은 300m 이내에 민가 등이 없다면 건축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 울산 유일의 동물 화장장이 울주군 삼동면에 들어설 때도 반발은 극심했다. 주민들의 반대를 고려한 울주군은 건물의 사용 승인을 거부했고, 결국 행정소송 끝에 사용 승인을 내줘 시설은 현재 가동 중이다. 법적인 문제가 없는 시설의 건축을 불허할 경우 북구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우여곡절 끝에 울산에도 동물 화장장이 들어섰지만 여전히 관련 시설은 단 한 곳뿐이라 많은 반려인들이 김해, 양산, 기장 등 타지에서 화장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구가 지난해 8월부터 2년간 시범운영하고 있는 이동식 반려동물 화장 장례서비스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동식 화장차량을 이용해 반려동물의 화장과 장례를 하면 공간도 덜 차지하고 반려인들이 동물 화장장을 찾으러 다닐 필요가 없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동물 화장장보다 처리용량이 적다는 점이 아쉽지만 접근성이 대폭 개선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대안마을 주민들이 동물 화장장 건립을 결사반대하는 것은 결코 님비현상으로 치부할 수 없다. 그 누구라도 눈 앞에 보이는 길목에 동물 화장장이 들어선다면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3년 기준 울산의 반려동물 가구가 12만여 가구에 달한다는 점에서 해법 모색은 반드시 필요하다. 동물 화장장은 꼭 필요한 시설이니 국가에서 동물 화장장이 건립될 수 있는 조건을 지정해줬으면 좋겠다는 한 동물병원 관계자의 제안을 정부와 지자체들이 귀담을 필요가 있다.

권지혜 사회문화부 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