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프로의 '더 나은 스윙, 더 나은 골프'](74)벙커와 샌드 웨지
2020-04-21 서찬수 기자
골프 코스에는 왜 벙커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골프가 시작될 무렵의 코스를 ‘링크스(linkes) 스타일’이라 불렸고, 대부분 바닷가에 만들어져서 천연 벙커가 너무도 많았고 페어웨이를 벗어난 지역이나 그린을 만들고 난 주변은 자연히 벙커 지역을 이루게 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래 벙커는 양떼들이나 들짐승의 피난처가 됐고, 이로 인해 벙커는 깊이를 더해갔고 근대 골프 코스의 벙커로써 자리를 잡게 됐다고 한다.
현대적인 골프 코스는 벙커를 관리하고 정리하기 위해서 레이킹 머신(raking machine)이 벙커 안으로 진입해야 하기 때문 벙커의 관리 차원에서 지나치게 깊게 만들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한국의 골프장에서는 비교적 플레이가 가능한 벙커 샷을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벙커 샷과 웨지는 현대 골프에서 스코어 게임의 중요한 축을 맡고 있지만 그 역사는 오래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1931년 이전의 골퍼에게 벙커에서의 샷은 움푹 팬 링크스 스타일의 벙커 형태와 웨지의 기능이 부족해 벙커 샷은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도 벙커에 빠지면 타수를 잃는 것을 당연히 생각했는데 대회의 규모와 상금이 많아지면서 프로 선수들의 벙커 탈출과 연구가 지속되던 중 진 사라센(Gene Sarazen)은 전영 오픈(The British Open)이 벙커가 많은 링크 스타일의 코스에서 펼쳐지는 것을 대비해 샌드 웨지(Sand Wedge)를 고안했으며, 이듬해 브리티시 오픈과 전미 오픈(U.S. Open)을 우승했으며, PGA 통산 39승과 4대 메이저 대회를 우승하며 첫 그랜드슬램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한 배경에는 벙커 샷을 정복했기에 가능했다. 진 사라센은 클럽이 모래에 너무 깊숙하게 파고드는 것이 샷을 어렵게 하는 요소라는 생각으로 클럽 헤드의 바닥면 뒷부분에 부피를 증가시켜 이를 솔(sole)이라 칭했다. 이는 골프의 역사에 획을 긋는 일이 됐으며 샌드 웨지의 발명으로 이어진다. 골프의 벙커 샷을 직면하는 모든 이는 진 사라센의 발명품을 사용하는 셈이다.
처음에는 피칭 웨지 뒷면에 금속조각으로 둥글게 납땜을 해 샌드 웨지를 만들었는데 경기 위원들이 이 클럽을 보고 규칙을 어겼다고 할까 봐 브리티시 오픈을 우승할 때까지 대회 내내 이 클럽을 숨겼다고 하니 그의 우승 열정과 집념이 대단하다. 이후 이 클럽은 합법적인 제품이 됐고 사라센이 발명한 뒤 세월이 흐르면서 피칭 웨지의 표준 로프트는 48~50도, 샌드 웨지의 표준 로프트는 54~56도로 굳어졌다. 핀과의 거리가 더 가까울 때는 높은 로프트가 볼을 더 띄우기 쉽다는 현대 이론가들에 의해 60도 웨지와 64도 웨지도 세월이 지나면서 등장하게 된다. 연습 할애 시간보다 더 나은 경기를 펼치길 원하는 취미 골퍼들에게 진 사라센의 샌드 웨지 발명은 분명 좋은 선물임에 틀림없다. 김영하 파크애비뉴(선암동) 책임지도프로 PGA CLASS A·USGTF 마스터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