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법 개정안 ‘역효과’…누구 위해 조종(弔鐘) 울리나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 등 야권이 ‘이사의 충실 의무 범위’를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기어코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국민의힘과 경제계가 ‘기업 옥죄는 악법’이라며 반대해 왔지만, 야권의 힘에 밀려 결국 법안이 통과됐다. 이에 정치권의 혼란과 트럼프의 리스크로 표류하는 대한민국 경제를 정치가 망친다는 비판이 거세다.
민주당이 당론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상장 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개정안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이에 민주당은 소액주주를 보호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경제계는 그간 해외 투기자본의 ‘먹튀’를 조장하고, 산업 기반을 훼손하는 ‘개악’이라며 상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다, 대한상의, 한국경제인협회, 무역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이날 상법 개정안 통과되자 즉각 논평을 내고 유감을 표했다.
경제계는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소액주주 보호’라는 명분으로 기업사냥꾼의 공격 표적이 되고, 경영권 공격의 빌미가 되는 역효과를 우려한다. 과거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에 무리한 주주환원을 요구한 것 처럼 행동주의 성향의 투자펀드들의 경영 개입이 빈번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올해 정기주주총회 시즌에도 국내외 행동주의펀드 및 소액주주들의 주주환원 확대 요구가 거세다. 일부 투자펀드들은 지나친 경영 간섭, 배당 확대, 투자와 연구·개발(R&D) 축소기업 등 성장력과 경영권에 악영향을 주는 제안을 서슴지 않고 있다. 울산의 향토기업인 고려아연은 이미 사모펀드 MBK·연풍 연합의 적대적 M&A 위협을 받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상법 개정안 통과 시 기업들의 소송 남발 우려 등에 대해 특별 배임죄 폐지나 가이드라인 제시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는 상법 개정안 시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보완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바통은 재의요구를 받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넘겨졌다. 기업은 곧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다. 정치가 기업을 계속 옥죈다면 삼성과 같은 희생양이 계속 나올 것이고, 종국에 대한민국 경제는 쓰러지고 말 것이다. 누구를 위한 상법 개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