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울산시향 예술감독 사샤 괴첼 취임연주회, 화려한 지휘·열정적 연주 만나 ‘천상의 하모니’
“제목처럼 ‘꿈과 환상’과 같은 연주회였고, 마지막에는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울산시립교향악단 제10대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사샤 괴첼이 자신의 첫 연주회에서 명성대로 화려한 퍼포먼스와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울산시민들에게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다.
지난 14일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울산시립교향악단 제241회 정기연주회 겸 예술감독 취임연주회. 공연 시작 30분 전부터 대공연장 입구는 마에스트로 괴첼의 첫 연주회를 보기 위해 찾은 시민들과 음악인들로 붐볐다. 공연이 임박해서는 대공연장 1층의 좌석은 빈 자리가 보이지 않았고, 평소 울산시향의 정기연주회와 달리 2층도 관객들로 꽉 들어찼다. 개방하지 않는 3층을 제외하면 사실상 매진이었다.
연주회는 하이든의 교향곡 ‘제39번 사단조’로 시작됐다. 이 곡은 금관악기는 호른밖에 참여하지 않는 비교적 작은 규모지만, 하이든의 단조 교향곡 중 특히 강렬하고 개성적인 작품으로 평가되는 곡이다. 울산시민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곡으로 하이든을 택한 것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나 청중들에게 안정적이고 무난한 선택으로 보였다.
하이든의 교향곡 39번은 고전적인 교향곡과 달리 4악장에 단조(Minor)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4악장을 향해 갈수록 점점 격정적인 분위기로 고조되었고, 괴첼은 하이든의 음악과 하나가 되어 온몸으로 지휘를 하며 연주회를 끌어나갔다. 중간중간 단원들과 아이 컨택을 하며 하모니를 유지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첫 번째 곡 연주자 끝나고 나서 울산시향 이전의 지휘자와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에 관객들도 뜨겁게 반응하며 환호와 함께 박수를 보냈다.
두 번째곡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3번 가장조’였다. 이 곡은 협주곡 중에서도 가장 서정적이고 따뜻한 감성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중인 피아니스트 김규연이 협연자로 나섰고, 그는 맑고 고운 모차르트 보다는 음 하나하나에 감정을 실어 낭만적으로 연주하는 모차르트를 들려주었다. 작은 체구에도 손 동작 하나하나, 또 온몸을 이용해 열정적으로 연주했고, 괴첼의 화려한 지휘에 맞춰 울산시향과 천상의 하모니를 선사했다.
피날레를 장식한 곡은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이었다. 마지막 곡에서는 관악기 파트와 타악기, 하프까지 모두 참여하며 완전체가 된 울산시향과 괴첼의 만남이 이뤄졌다.
하프의 섬세한 선율을 시작으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호른, 트럼펫, 트럼본, 튜바, 팀파니 등 모든 악기들의 소리가 괴첼의 손짓과 몸짓에 따라 하나로 춤을 추듯 움직였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곡때는 존재감이 없었던 관악기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4악장 ‘단두대의 행진’에서 5악장 ‘마녀들의 밤의 꿈’으로 가면서 괴첼은 더 격정적으로 지휘를 했고 공연은 절정으로 치달은 뒤 2시간의 취임 연주회에 마침표를 찍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자 관객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께 브라보를 연신 외쳤고, 일부는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쳤다. 관객들은 한참이 지나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 듯 자리를 쉽게 뜨지 못했고, 괴첼은 이에 화답하듯 끝난 뒤 그를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었다.
남편과 함께 연주회를 찾은 신명화(56·남구 옥동) 씨는 “김규연 피아니스트와 괴첼 모두 열정적이어서 궁합이 딱 맞는 연주회 였던 것 같다”며 “특히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은 오보에와 호른이 연주하는 음악에 위로를 받다가 콘트라베이스와 첼로 등 저음부 현악기로부터 서서히 시작되는 불안과 공포, 그리고 타악기와 오케스트라 전체가 점점 빠르고 격하게 연주하며 피날레를 장식할 때는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괴첼과 울산시향은 오는 4월4일 같은 장소에서 두 번째 연주회를 갖는다. ‘낭만주의 영웅들’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대표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과 합을 맞출 예정이다. 차형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