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두겸 시장과 바둑

2025-03-17     경상일보

알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김두겸 울산시장은 바둑 애호가다. 반상의 격돌이 펼쳐질 때면 눈빛은 더욱 반짝인다. 굶주린 맹수처럼 먹이를 낚아채는 데 전광석화다. 먹잇감을 앞에 두고 절대 좌고우면하지 않는다. 웬만해선 후퇴가 없다. 불리한 형국에서도 싸움을 피하지 않는다. 싸움꾼답게 공격 앞으로다. 조금의 빈틈만 보여도 비호 같이 달려든다.

그렇다고 대책 없이 뛰어들지는 않는다.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는 바둑 격언에 충실하다. 내 것을 튼튼하게 방비하면서 새로운 것을 취하는 전략이다. 평소에도 김 시장은 바둑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설득하기를 즐긴다. 바둑을 통해 싸움의 기술을 단련하고, 지혜를 습득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한 덕분이다.

바둑에서 중요한 것은 포석(布石)과 행마(行馬)다. 포석이 밑그림이라면 행마는 밑그림을 따라 세밀하게 그려나가는 과정이다. 울산 시정이라는 바둑판에서 김 시장은 취임 이전부터 미래 100년의 울산을 내다보는 큰 그림을 구상했다. 대표 사례가 그린벨트 해제다. 그린벨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에 맞지 않기에 시대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게 평소 지론이다.

남구청장 때부터 품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남구청장 때는 기초단체장으로서 여러 제약과 한계가 있어 품은 뜻을 펼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절치부심 끝에 울산시장이라는 광역단체장에 취임하면서 평소 포석과 행마를 펼칠 기회를 잡았다.

아무리 광역단체장이라도 활용할 수 있는 무기는 변변치 않았다.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중앙 정부를 움직여야 했다. 취임 초 대통령과 만나는 자리에서 거침없이 제안했다. 읍소에 가까운 절박한 호소였고, 간절한 하소연이었다. 현재의 그린벨트 규제를 과감히 풀지 않으면 울산의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울산의 기업과 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고뇌에 찬 걱정을 쏟아냈다. 자료와 통계를 바탕으로 한 치밀한 설명과 함께 격정적인 김 시장의 요구와 주장에 대해 대통령도 문제에 공감하면서, 국토부 등 관계 부처에 빠른 해결 방안을 지시했다. 덕분에 울산은 오랫동안 묶여있던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산업단지를 조성할 수 있게 됐다. 공장 부지 마련에 어려움을 겪던 기업들의 묵은 체증을 단박에 해결했다.

김 시장은 또 원전 밀집 지역인 울산의 특성을 감안해 분산에너지 정책에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 수익자 부담이라는 경제 원칙에 따라 차이와 구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값싼 전력으로 비용 절감을 통해 기업은 경쟁력을 높이고, 시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분산에너지 관련 특별법 제정과 특구 지정에 심혈을 쏟았다. 특별법 제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김 시장은 이제 특구 지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마불사(大馬不死)’만 믿고 있다간 낭패를 볼 수 있기에 신의 한 수로 꺼낸 것이 적중하고 있는 셈이다. 선수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기자쟁선(棄子爭先)’의 격언과 어울리는 행보다. 김 시장은 한 박자 빠른 행마, 속전속결을 좋아한다. ‘후수는 두지 말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는 의미다. 최대의 공격이 곧 최선의 방어인 셈이다. 기업현장지원단을 만들어 인허가는 물론 각종 고충과 민원을 실시간 해결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기업에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비판과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는 행마를 보인다. 그 이유는 기업과 울산, 시민이 개별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잘 돼야 일자리도 창출하고, 세금도 늘어나고, 지역 경제에 이바지한다는 김 시장의 믿음은 종교적 신념을 방불케 할 정도다. 즉. 기업이 잘 되는 길이 울산이 발전하는 지름길이고, 시민의 삶이 풍족해지는 바탕이라 확신한다.

‘우리가 잘 되는 것이 나라가 잘 되는 것이며, 나라가 잘 되는 것이 우리가 잘 될 수 있는 길이다’라는 정주영 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 오로지 울산과 시민만을 바라보는 김두겸 시정 철학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하면 된다’를 넘어 ‘해야만 한다’로 집약된다.

김종대 울산시 대외협력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