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호접란 세계시장 향해 날갯짓

2025-03-20     주하연 기자
동장군이 물러가고 어느덧 3월, 봄이 찾아오면서 울산 지역 화훼농가에서는 ‘봄의 전령’ 호접란 출하가 한창이다.

‘행복이 날아온다’는 호접란의 꽃말처럼 미국 수출로 울산 호접란 농가에도 행복이 날아들었다.

19일 찾은 울산 북구 중산동의 한 호접란 농가. 춘분(春分)을 하루 앞두고 찾아온 꽃샘추위가 무색하게도 온실 안은 덥다고 느낄 만큼 따뜻했고, 호접란 수천본이 만개해 봄기운을 물씬 풍겼다.

울산에서 유일하게 직접 키운 호접란을 직거래할 수 있는 이곳에는 약 15개의 다양한 품종의 호접란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나풀나풀한 꽃잎이 나비의 날개를 닮아 호접란이라 불리는 이 꽃은 3개의 꽃잎과 3개의 꽃받침으로 이뤄졌다.

흰색, 노란색, 보라색 등 색상이 다양하고 최대 6개월 이상 꽃을 피우며 공기정화 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상용으로 제격이다. 타지역 혹은 외국으로 출하되는 과정에도 품질을 유지할 만큼 강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김수선 수정농원 대표는 “온도를 조절하면 꽃을 더 빨리 키울 수 있지만, 시간과 정성을 들여 키워야 꽃을 그만큼 오래 볼 수 있다. 모종에서부터 시작해 출하까지 짧게는 16개월, 길게는 2년 가까이 소요된다”며 “울산 호접란이 품질이 좋고 강하다는 것은 그만큼 꽃을 오래 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히 울산의 호접란은 많은 일조량 덕에 크고 화려한 자태로 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호접란은 1~3월께 꽃을 피우지만, 온실 안은 사계절 내내 16℃ 이상을 유지해 공백기 없이 연중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북구에서 재배된 5억원 상당의 울산 호접란 10만여본이 미국 플로리다주 아포카시에 있는 코러스 오키드로 수출됐다.

울산 호접란은 2001년 첫 미국 수출길을 텄지만, 검역 문제로 2011년부터 중단됐다. 당시 국산 난을 미국에 수출하려면 검역상 뿌리를 세척해 흙을 완전히 제거해야 했는데, 이 때문에 운송기간 괴사하거나 생육 장애가 생기는 등 상품성이 떨어졌다.

한·미 양국은 협상 끝에 지난 2017년부터 검역 조건을 개선, 국산 난을 화분에 심은 채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울산시와 농소농협, 농촌진흥청 등은 울산 호접란의 미국 수출을 위해 시설하우스 설치, 호접란 수출 지도, 재배 방법 및 검역·위생 등을 지원했고, 그 결과 2021년부터 10여년 만에 울산 호접란이 다시 해외 수출길에 오를 수 있었다.

현재는 북구 농소 지역과 울주군 서생 지역의 호접란 농가 4곳이 재배를 이어가고 있다.

김수선 대표는 “미국은 집집마다 식탁에 호접란이 하나씩 올라가 있을 정도로 대중화됐는데 정작 울산 사람들은 울산 호접란의 가치와 품질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아름답고 강인한 울산 호접란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며, 미국 수출이 세계 시장 확대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주하연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