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박경희 ‘나의 바다’

2025-03-24     경상일보

장을 담그려고 살아있는 꽃게를 사왔다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무섭게 파닥거렸다
바다가 그리 먼 곳이다

아무리 파닥거려도 갈 수 없는 곳
필사적으로도 갈 수 없는 곳

나는 절실하지 않았기에
아직도 여기에 있다

 

절실하지만 갈 수 없으니 더 간절하다

바다에도 봄이 왔겠다. 어둡게 출렁거리던 잿빛 옷을 벗고 봄바다는 이제 초록의, 파랑의, 코발트의 미묘한 색으로 마음껏 반짝일 것이다. 봄볕에 데워진 모래를 맨발로 걸을 수도 있겠다.

가벼워진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온 물새들이 종종종 모래 위에 발자국을 남기면 그 뒤를 총총총 따라가 볼까.

살아있는 꽃게는 필사적으로 버르적거린다. 이런 바다에 가고 싶어서. 삶의 터로 돌아가고 싶어서. 하지만 뭍으로 끌어 올려져 도마 위에 놓인 꽃게는 이미 죽음에 포박당해 있다. 지금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필사적이지만, 결국 삶 쪽으로 다가갈 수는 없다.

반대로 시인은 절실하지 않아서 ‘여기’ 있다고 했다. 그런데 꽃게에 투영된 시인의 모습을 보면 절실하지만 갈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마지막 연이 역설적 의미임을 ‘나의 바다’라는 시의 제목이 알려준다.

아마 누군가 이미 ‘저기’에 가 있을지 모른다. 간절해도 갈 수 없는 곳. 먼 바다 같은 곳. 똑같이 바다를 바라보지만, 꽃게는 죽음에서 삶 쪽을, 시인은 삶에서 죽음 쪽을, 그 막막한 경계를 보고 있다. 여기에 남아 살아가야 하는 자의 그리움과 슬픔. 송은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