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작은 불씨’가 대형 산불로…시민 경각심 높여야

2025-03-24     경상일보

전국적으로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경남 산청,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 3곳에 산불 대응 3단계가 발령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건조한 기후와 초여름 같은 고온 현상이 겹치면서 산불 확산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산불 예방과 피해 복구 대책을 전면 점검하고, 보다 체계적이고 신속한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울산 지역에서는 지난 22일 낮 12시12분께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 23일 오후 7시 현재까지 강풍을 타고 확산하고 있다. 피해 예상 면적은 축구장 121개 규모인 180㏊에 달하고, 11개 마을 주민에게 대피령이 내려질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소방청은 최고 단계인 산불 3단계 발령해 헬기, 진화 차량, 인력 등을 총동원하고 있으나, 강풍으로 인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행정안전부도 울산시에 재난 사태를 선포하고 중앙 정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산불도 ‘부주의’에 의한 인재(人災)임이 재차 확인됐다. 경찰은 울주 산불 원인으로 농막 용접 작업 도중 불꽃이 튀어 옮겨 붙은 것으로 추정한다. 또 의성 산불은 성묘객의 실화로, 산청군 산불은 예초작업 중 불꽃이 튀어 발화한 것이 원인으로 각각 추정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의 급격한 확산 원인으로 건조한 날씨와 초여름 같은 고온 현상, 그리고 강풍의 결합을 꼽고 있다. 산불이 난 울주군 온양읍의 22일 낮 기온은 27.8℃에 이를 정도로 고온 상태였고, 건조주의보가 발령된 상황이었다. 여기에 불씨가 강풍을 타고 수십~수백m까지 옮겨가는 ‘비화’(飛火) 현상도 진화를 더디게 했다.

이번 울주 산불은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남겼다. 첫째, 산불 예방의 중요성이다. 바싹 마른 봄철 산림에 작은 불씨라도 던져지면 화약고가 폭발하듯이 걷잡을 수 없는 대형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산림이나 산림과 인접한 곳에서는 화기 사용을 절대 금지하고, 불씨 관리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둘째, 산불을 기후 변화와 인간 활동이 결합한 복합적인 관점에서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예방 중심의 정책 수립, 산불 대응 시스템 재정비, 기후 위기에 따른 종합 대책을 세워야 한다. 대형 산불이 자연재해를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재난으로 진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