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등 전국 곳곳 대형 산불]책임감 짊어지고 불길로 걸어가는 이들 있었다

2025-03-24     신동섭 기자
“아무 생각 없이 눈 치우듯이 잔불을 진화하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으로 향합니다.”

지난 22일 울산 울주군 온산읍 운화리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로 200㏊ 가까운 산림이 불타고, 수백 명의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런 가운데 산불 진화를 위해 묵묵히 화재 현장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눈길을 끈다.

23일 운화리에 들어서자 청명하던 대기가 노랗게 물들며 햇빛을 가렸다. 장작 타는 냄새와 함께 공기 중에는 재가 날리기도 했다. 수시로 헬기가 머리 위를 날아가며 내뿜는 소음과 연기, 냄새로 인해 마치 전쟁터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양달마을 인근에서 마주친 산림청 공무원, 소방관, 군인들은 마을을 떠나는 민간인들을 뒤로 하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산으로 묵묵히 걸어간다.

남녀 차별 없이 산불 현장으로 걸어가는 이들은 물 무게만 15㎏에 달하는 등짐펌프를 짊어지고 있었고, 손에는 철제 갈고리가 들려 있었다.

울주군 공무원 A씨는 “어제 오후 1시부터 밤 12시까지, 오늘은 오전 7시부터 지금까지 모두가 계속해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며 “불을 끄기 위해 길이 아닌 곳으로 오르내리다 보니 미끄러져 다치는 사람도 나온다. 지금은 긴장해서 힘들 줄 모르고 있지만, 불이 꺼지면 긴장이 풀리며 몸살 같은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무원 B씨는 “다른 사람들이 낙오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들 아무런 불평 불만 없이 산을 오르내리고 있다”며 “아무 생각 없이 눈 치우듯이 잔불을 제거하고 있다. 잔불을 제거하고 고개를 들면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으로 다시 이동한다. 힘든 것보다 민간인의 피해가 없는 게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잠시 식사나 등짐펌프 물 교체를 위해 내려온 사람들은 꾀죄죄한 얼굴에, 군데군데 검은 얼룩이 묻은 옷을 입고 있었다.

대민 지원 나온 127여단 1,3대대, 여단본부, 기동 중대 장병들은 늦은 점심을 해결하자마자 곧바로 열을 맞춰 잔불 제거 현장으로 행진했다.

한편 이날 특수진화대, 공무원, 경찰, 소방, 군인 등 2351명이 산불 진화에 동원됐다. 진화 중 미끄러져 어깨나 발목을 다친 이들이 일부 발생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