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후변화가 부른 대형 산불, 방재시스템 혁신 필요하다

2025-03-25     경상일보

울산 울주 온양 산불이 대운산을 넘어 경남 양산 방면으로 확산일로에 있다. 울산시와 소방당국은 헬기와 인력을 총동원해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산세가 험하고 강풍이 불면서 산불 발생 사흘째에도 주불을 잡지 못했다.

고온 건조한 기온과 강한 바람 때문에 25일 진화의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다. 자칫 인재(人災)로 번진 산불 앞에서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며 하늘만 쳐다보는 웃픈(?) 상황이 재현될까 염려스럽다.

22일 농막 용접 작업 중 발생한 울주 산불은 24일까지 400㏊에 육박하는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는 1996년 이후 울산에서 발생한 산불 중 최대 규모의 피해다. 고온 건조한 기온에 더해 초속 15m에 이르는 강한 바람과 비화(飛火) 현상이 진화작업을 가로막고 있다. ‘도깨비불’로 불리는 비화는 불씨가 수십~수백m까지 날아가 새로운 화재를 일으키는 현상이다.

이번 울주 산불은 기후변화 시대에 울산의 소방 방재 시스템에 많은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산림청과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총 15대의 헬기가 투입되었지만, 정작 울산시가 보유한 소방헬기는 단 1대 뿐이었다. 그것도 2000년에 도입된 노후한 러시아산 기종으로, 최대 담수용량은 3000ℓ에 불과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헬기 부품 조달도 여의치 못하다.

울산은 도농통합도시로 도시와 농촌의 소방 수요가 많고 석유화학을 비롯한 대형 사업장도 밀집해 대형 화재 및 대형 산불 발생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 그러나 중형급(최대 이륙 중량 7t 이상) 소방헬기를 보유하지 못한 3개 시도 중 한 곳이 울산이다. 노후화한 헬기를 대체할 신형 헬기도 2028년이 돼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마저도 예산이 부족해 정부의 추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대형 산불이 빈번하면서 소방 헬기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고도가 높은 산악 지형에서는 신속성과 접근성, 진화 역량을 갖춘 소방헬기가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한다. 산불 진화용 헬기 추가 도입과 전문인력 확충이 절실하다.

울주 산불은 기후변화로 변화한 자연환경 속에서 우리의 방재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정부는 이번 산불을 계기로 시도의 선진 소방장비 확충과 방재 시스템 혁신에 나서야 한다.

울산시와 지자체도 소방 인프라 확충과 안전교육 강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잇단 산업단지 폭발사고에 이어 대형 산불로 ‘안전도시’ 울산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