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의 더불어나무(37)]울주 반연리 왕버들
지난 주말 강가 버드나무 꽃과 새순이 나오는 모습들을 보고 울산과학기술원으로 달렸다. 여러 이야기를 간직한 왕버들(사진)을 만나기 위해서다.
지난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된 왕버들은 언양읍 반연리 100에 있다. 200년인 이 나이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면, 나무 서쪽에는 임진왜란 공신인 정무공 최진립 장군 묘소와 그의 셋째 아들인 현감공(최동량) 묘가 있다. 현감공은 경주 최부자의 현조(玄祖)다. 정무공 장례식 때 이 나무에 도포를 걸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400년 이상 되었다고 말했다. 나무 뿌리부분 둘레가 6m, 가슴높이 둘레도 4m가 넘었지만, 전문가들은 200년이라고 추정했다. 당시 보호수표지판에는 수령 400년(원 200년)으로 이중표기하기도 했지만, 다시 200년으로 수정했다.
또 다른 이야기는 마을 동제를 정월대보름에 지내게 된 사연이다. 동제를 안 지내자 정월대보름날만 되면 나무에서 천둥치는 소리가 났다고 한다. 이에 주민들이 매년 동제를 지냈다고 한다. 마을이 있던 자리에는 세계적 학교가 들어섰지만, 지역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자연문화재는 점차 잊혀지는 느낌이다.
지난 주말 호숫가 버드나무들은 연둣빛 꽃을 피웠으나, 보호수 왕버들은 작은 싹을 틔워 살아 있음을 알게했으나 아직 겨울이었다. 마른 덩굴이 나무를 감싸고 있었다. 주 줄기에서 작은 가지가 엄청 나 있고 가지는 앙상해 보였다. 또한 나무 주변 지형도 많이 바뀌었다. 마을 어귀에서부터 보였던 나무를 한참을 내려가서 보았다. 키 큰 나무들로 인해 바람이 불지 않았다. 알고 찾지 않으면 나무가 보이지 않는 환경이 됐다.
나라를 구한 장군과 함께 했던 지역역사를 품은 나무다. 학교도 이 나무를 통해 지역역사를 이어 갔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무안내 표지판이나 정무공 묘소 안내가 있었으면 한다. 나무의 건강성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먼저다.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