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등 전국 산불 확산 비상]언양 10여년만에 또 대형 산불 ‘발동동’
2025-03-26 김은정 기자
25일 오전 11시54분께 동부리 화장산에서 산불이 나자 양우내안애아파트에서 술렁임이 번지기 시작했다.
주민 중 일부는 집 안에 있다가 불암사 인근에서 불씨가 날린 것을 목격했지만 산불이 아파트까지는 다가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곧 창밖으로 자욱한 연기가 밀려들고, 잠시 뒤 아파트 안으로까지 연기가 들어차기 시작하자 상황은 돌변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대피 방송을 시작했고 주민들은 삼삼오오 건물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울주군에서 마련한 관광버스를 타고 대피했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전기자동차를 포함한 차량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것을 권고하자 일부는 개인 차량을 타고 안전한 친척집 등으로 대피했다. 일부 주민들은 길에서 걱정스레 산불을 바라보는 장면도 목격됐다.
대피령에도 불구하고 놀이터 벤치에 앉아있던 주모(87)씨는 “몸이 불편하고 힘들어 길에서 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다”며 “불이 왜 났는지 모르겠다. 아들 전화가 오면 대피소로 이동할 생각이다. 아들이 일 때문에 바쁠가봐 아직 전화는 안 해봤다”고 걱정했다.
대피소로 지정된 반천리 울주군민체육관에는 대피한 주민이 속속 들어차기 시작했다.
대부분 언양읍행정복지센터로 우선 대피했다가 자리가 없어 울주군민체육관으로 이동한 사람들이었다.
일찌감치 대피소를 찾은 주민들은 30대 부부부터 거동이 가능한 70~80대 노인까지 다양했다. 오후 3시께 인근 울산양육원 아이들도 하나둘 모여들었다. 초등학생들은 하교 후 인솔자를 따라 센터로 대피했다. 다만 대피 인원이 늘어나기 시작하자 오후 4시께 영아반 아이들은 다른 기관으로 전부 이동했다.
한 중국인 부부는 방송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중국으로 번역돼 온 재난문자를 보고 센터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다만 화재 발생 시점이 낮이었고 혼자 거주하는 고령 여성이 많은 지역이라 주민들 사이 걱정스런 목소리가 연이어 터져나왔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모(70)씨는 “집 밖에서 불씨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급히 대피했다”며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챙겨 나오긴 했는데 거동이 불편한 80대 윗집 할머니가 잘 대피했는지 몰라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신동섭·김은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