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교육청 교육체험행사 ‘생기부용’ 전락
최근 울산 교육당국이 추진하는 각종 교육체험 행사가 생활기록부 채우기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행사장에서 편법을 일삼는 일부 학부모들 때문인데, 지역 공교육을 강화하고 보다 발전된 교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교육주체들의 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시교육청 산하 학생체험교육기관인 울산수학문화관은 최근 ‘세계 수학의 날’을 맞아 ‘파이 데이(π Day)’ 행사를 열었다.
행사는 초·중·고 현직 수학 교사와 수학동아리 학생들이 중심이 돼 원주율과 관련한 주제로 다양한 체험 활동이 운영됐다.
행사에 앞서 수학문화관과 학교들은 학생 가정에 ‘당일 현장접수를 위한 줄 서기는 학생만 가능하다’고 사전 안내했다. 그러면서 행사 참가 확인 도장을 받아오면 생활기록부에 기재해 주겠다고 공지했다.
그동안 지역에서 수학을 주제로 한 교육 체험 프로그램이 제대로 없던 터라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의 기대도 컸다.
문제는 행사 당일이었다.
일부 학부모들이 수학문화관과 학교측의 사전 공지는 무시한 채 자녀를 대신해 줄을 서거나 새치기를 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멀리서 자녀가 혼자 줄 서있는 모습을 지켜보던 학부모들이 일부 학부모들을 저지하며 한때 소란이 일기도 했다.
행사 콘텐츠도 입방아에 올랐다. 초·중·고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했지만, 정작 교육 내용은 원주율 개념을 알아보는 등 대부분 초등 저학년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파이 데이 행사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생기부 작성을 위해 프로그램 참가 사실을 악용하려는 부모들 때문에 순수한 마음으로 참여한 학생들만 피해를 봤다”며 “모든 초중고 학생이 올 수 있는 행사를 현장접수로 돌려버리니 주차난도, 주변 민원도 심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학부모는 고교학점제 도입 등으로 생활기록부 관리가 더 중요해지면서 지역 내 다른 교육 행사에서도 이른바 ‘부모 찬스’가 만연하다고 입을 모았다. 파이 데이 행사에는 학생과 학부모 4500여 명이 몰린 것으로 파악됐다.
시교육청과 수학문화관은 사태 파악과 동시에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울산수학문화관 관계자는 “진로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생기부 기재가 가능하도록 했는데, 행사 당일 비도 왔고 예상보다 수요가 많아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학교급별 맞춤형 교육, 사전예약제, 학부모 대기 공간 마련 등 여러 대비책을 면밀하게 세워 지역 학생들의 교육 체험 확대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다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