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불·관세·소비 침체…울산 퍼펙트 스톰에 휘말리나

2025-03-31     경상일보

산업수도라 일컫는 울산 지역 봄 경기가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 형국이다. 정치권 불안과 제조업 생산과 내수 부진에 더해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봄철 지역 경제 회복의 불씨로 기대되었던 ‘벚꽃 특수’마저 거의 사라졌다. 이에 울산 경제에 ‘퍼펙트 스톰(총체적 복합 위기)’의 위기감과 공포가 커지고 있다.

울산 지역에서는 22일부터 27일까지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로 축구장 1300개에 달하는 931㏊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또 언양읍 화장산에서 25일부터 26일까지 발생한 산불로 이틀간 63㏊의 임야를 태웠다. 잇단 산불로 온양과 언양 지역 축제 또는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됐고, 다른 지역도 봄철 상춘객 수도 눈의 뛰게 줄었다. 내수 부진+정치 불안에 더해 산불 악재까지 겹치면서 ‘벚꽃 특수’마저 사라지는 모양새다.

2025년 푸름 뱀의 해를 맞은 올해 울산의 경제 지표는 대부분 ‘부진’하다. 새해 첫 달인 1월 울산의 광공업 생산과 출하는 자동차와 석유정제업의 판매 부진 여파로 곤두박질쳤다. 2023년 1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2월 울산 수출도 작년 동월 대비 5.4% 감소했다.

소비 지표도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울산 지역 소매 판매는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큰 폭(-6.6%)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역 소비자 심리 지수는 올해 들어 3월까지 6개월 연속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소상공인) 업계의 연쇄 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울산 지역 자영업 폐업률은 전국 최고를 기록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은행 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울산 신용보증재단의 보증 사고액과 대위변제액 또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미 행정부가 4월 2일로 예고한 고율의 자동차 관세(25%) 부과다. 울산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우리나라 전체 대미 자동차 수출의 43.3%를 차지하며, 이 중 64%가 자동차 품목이다. 자동차에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면 울산의 자동차 수출 경쟁력 약화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까지 연쇄적인 타격이 우려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미국의 통상 위협에 신속히 대응하고, 경기 부양의 마중물 역할을 할 추경 편성을 서둘러야 한다. 울산시와 지역 경제 주체들도 위기를 극복하고, 울산에 희망의 봄꽃을 피울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울산의 무역 전선에 폭풍우를 동반한 슈퍼태풍이 몰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