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댐과 함께 성장한 산업수도, 울산

2025-03-31     경상일보

매년 3월22일은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자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자원이다. 물의 중요성을 생각하며, 대한민국 산업수도 위상을 갖춘 울산공단을 힘차게 뛰게 하는 물(공업용수)은 어디에서 왔고 가치는 무엇인지 되짚어보고자 한다.

1962년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되면서 당시 건설부(현재 국토교통부) 산하 울산특별건설국이 기반시설 개발을 주도했다. 이때 선암댐, 사연댐, 대암댐 그리고 송수관로가 건설되었다. 당시 3개 댐 축조를 진두지휘한 사람이 안경모라는 인물이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전신인 한국수자원개발공사의 제2대 사장으로서 울산에서 자신이 주도해 댐 건설을 경험했고 대한민국 산업기지 개발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 결과, 현재 한국수자원공사는 댐 역할을 다한 선암댐을 제외하고 2005년에 새로 축조된 대곡댐을 포함해 3개 용수댐을 관리하고 있다.

울산 최초의 댐인 선암댐(1964년 준공)은 흙과 돌로 지어져 초기 댐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어 준공된 사연댐(1965년)과 대암댐(1969년)은 중화학공업 육성을 위해 필수적인 공업용수를 공급했다. 특히 사연댐 남쪽에는 ‘공업의 원천(源泉) 사연제(泗淵提)’라는 기념비가 있어 울산산업사에 있어서 그 중요한 의미를 알 수 있게 한다.

그러나 1971년 사연댐 건설 후 뒤늦게 발견된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로 인해 물과 문화유산 보존 사이의 딜레마가 생겼다. 이후 급격한 도시 성장과 생활용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울산시는 1985년 회야댐을 추가로 건설했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으로 깨끗한 물 확보가 중요해졌고 더 많은 물이 필요해 사연댐을 높이려 했으나 문화유적 수몰 문제로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이에 2005년에 사연댐 상류에 대곡댐을 건설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2024년 현재, 울산은 댐과 낙동강을 연계한 울산광역상수도사업 등을 통해 연간 최대 1억6000만t의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석유화학공장이 밀집한 여수, 광양공단은 2023년 가뭄 때 취수원(댐)이 적어 공업용수 부족사태를 겪었다. 이점과 비교해 볼 때 과거 댐 건설을 수용한 울산 시민들의 지혜로운 선택이 오늘날 산업수도 울산을 만든 원동력임을 보여준다.

그간 울산의 댐도 시대적 요구에 맞춰 변화해 왔다. 태화강이 생명의 강으로 다시 태어날 때 호수공원으로 조성된 선암댐은 태화강 취수시설과 전망대를 정비해 시민과 관광객에게 친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사연댐은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안전성 강화사업이 진행 중이다. 집중호우 등으로 물 유입량이 늘어 댐이 만수위 이상으로 높아지면 수문을 열어 반구대암각화 침수를 예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올해 예정인 반구대암각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도 큰 힘이 실릴 것이다. 대곡댐도 지진 등 자연 재해와 댐 시설 노후화에 대비해 안정성을 강화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며, 올해 5월 중 준공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회야댐은 유역면적 대비 홍수조절 능력 부족으로 연평균 5~6회 월류가 발생하고 있고, 홍수량 또한 증가해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에 대비할 필요성이 크다. 다행히, 지난 3월12일 울산 회야댐이 환경부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의 기후대응댐 후보지로 포함됐다.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한 지역의 치수대책 수립을 위해 한걸음 옮길 수 있게 되었다.

울산의 5개 댐은 단순히 산업용수를 공급하는 시설을 넘어 시민들의 생활과 문화를 연결하는 친수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올해 ‘세계 물의 날’ 주제인 ‘기후위기 시대, 미래를 위한 수자원 확보’를 계기로, 울산 시민 모두가 물의 가치를 산업적 관점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 생태적 자원으로까지 확장해서 새롭게 인식하기를 기대해 본다.

류형주 한국수자원공사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