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호 칼럼]외국인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
통계청의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중 외국인 취업자 현황(귀화 허가자는 제외)에 따르면, 외국인 취업자수는 2022년부터 급격히 늘어 2024년에 100만명을 넘어섰다. 외국인 취업자를 업종별로 볼 때 제조업에서 특히 현저히 늘고 있으며, 울산에서도 조선업 등에서 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실태에 대한 정부 공식 통계자료는 없지만 다양한 자료를 가지고 합리적인 추정을 할 수는 있다. 내국인은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1만명당 0.39명이나, 외국인 근로자는 1.19명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률이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 근로자보다는 열악한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고, 언어 장벽으로 인해서도 산재사고 사망률이 높을 것이라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실제 추계상 큰 차이에 필자도 많이 놀랐다. 더구나, 건설업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의 산재사고 사망률은 4.12명으로 현저하게 높고 (내국인은 1.65명), 제조업에서의 산재사고 사망률도 0.92명으로 내국인 (0.42명)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2017~2021년 5년간 외국인 산재사고의 발생형태별 분포를 보면, ‘끼임·감김’사고가 28.0%로 가장 큰 비중이었고, ‘떨어짐(14.5%)’ ‘넘어짐(13.7%)’은 상대적으로 작은 비중이었던 데 비해, 내국인은 ‘넘어짐(22.7%)’ ‘떨어짐(16.0%)’이 ‘끼임·감김 사고(13.1%)’보다 비중이 컸다. 즉, 외국인 근로자는 내국인 근로자보다 전근대적인 산재사고 비중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 근로자보다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첫 번째로 소통문제를 들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는 내국인 근로자에 비해 한국어 및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그로 인한 산업현장에서의 의사소통 문제는 산재발생 위험을 높이고, 나아가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안전보건정보와 서비스 자체에 대한 접근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실효적인 안전보건 확보 방안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외국인 근로자의 선발 과정에서 한국어능력평가를 실시해 실질적인 언어소통능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안전보건표지뿐 아니라 안전보건교육이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및 대상물질 경고표시 등에도 모국어 제공 의무를 부여하거나 아예 언어가 필요 없이 그림만으로 안전보건 정보를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고용형태 및 작업환경적 특성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고용돼 있는 사업장은 대부분 소규모 영세사업장이라서 우리나라 소규모 영세사업장이 안고 있는 작업환경문제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또한, 이들은 고용형태로도 용역직이나 일용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하청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은 쉽지 않지만, 몇 가지 대책을 생각해 볼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외국인 근로자가 배정된 사업장에서 산재가 발생했다면, 외국인 배정을 하지 않거나, 배정시 감점을 적용하는 등 불이익을 주고, 반대로 안전보건확보 조치가 잘되어 있거나, 안전보건 우수사례가 있는 사업장에는 외국인 근로자 인력 배정시 가점을 주는 방안이다. 또, 내국인과는 별도로 외국인 근로자 맞춤형 안전보건교육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자체적으로 교육을 하려면 통역이나 강사를 구하기 어려우므로, 외국인 안전교육 강사 인력풀을 지역마다 만들고 일정 기간 그들을 교육·훈련시켜 소규모 사업장에 무료로 강의를 지원하고, 이에 따른 강사료 등 예산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부담하는 방안이 있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지자체가 할 일도 있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건강과 안전에 대한 올바른 분위기를 조성하는 안전문화운동이 사업체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보다는 지역의 개별 외국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되며, 이 부분은 울산시가 나서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울산광역시취약노동자건강증진 조례에도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건강증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김양호 울산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