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소방관과 공직자 여러분, ‘폭싹 속았수다’
지난 3월22일 시작된 울산 울주군 온양읍 대운산 산불이 엿새만인 28일 오전에 완전히 마무리됐다. 화재는 22일 정오쯤 시작돼 6일 동안 꺼질 듯 꺼질 듯하면서도 되살아나 전 국민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피해를 본 면적은 931㏊로 이는 축구장 1304개에 달하며, 여의도 면적의 3배 이상이다. 건조한 날씨와 강풍 탓에 진화 시간도 총 129시간 8분으로 역대 최장 시간을 기록했으며 이는 울산 산불 사상 최대 규모이다.
종전까지 최대 규모는 5년 전인 2020년 3월, 울주군 웅촌면에서 발생한 산불로 피해 규모는 519㏊였으며 21시간여 만에 꺼졌다. 당시 인근 주민 5000여 명에 대한 대피령이 내려졌고 헬기 추락 등으로 2명이 숨지는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었다. 이번 울주 온양 산불 발생 시 산불 현장 인근 마을 10개 마을 주민 355명이 임시대피소 등으로 대피했고, 울산시는 민가로의 확산 방지를 위해 발 빠르게 주민 대피령을 발령하고 신속하게 저지선을 구축해 다행히도 경상자 2명 이외에 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산림 당국과 울산시는 산불을 잡으려고 매일 헬기 12~15대와 2000여 명의 인력을 동원했다. 하지만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꺼졌던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다시 진화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완전 진화에는 어려움을 겪었고, 27일 오후부터는 2시간 동안 10㎜가량의 비가 내리며 불길이 완전히 잡히게 됐다.
전국적으로 11곳에서 발생했던 이번 대형 산불로 사망자 30명을 포함해 모두 75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주택만 약 3300개가 불에 타는 등 역대 최악의 산불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 이번 산불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과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빈다.
필자는 울산에서도 산림면적이 높은 온양읍, 웅촌면, 청량읍 그리고 온산국가산업단지가 위치한 온산읍, 원전이 소재한 서생면 등 화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울산시의회 의원으로서 이번 온양읍 산불 진화 과정을 현장에서 처음과 끝을 함께 했다. 그 과정에서 연로하신 주민 어르신들이 평생 기거한 집을 비우고 경황없이 피난하고, 언제 불이 마을을 뒤덮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니 죄송한 마음에 어쩔 줄 몰랐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상황 앞에 자연에 대한 두려움과 참담함도 느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24시간 재산과 인명을 구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소방본부를 비롯한 공직자 여러분들과 의용소방대의 모습에 깊은 감동과 큰 안도감이 들었다. 엿새간의 사투 동안 진화대원은 산을 8개 방향에서 포위하며 불길과 맞섰고 연기 등으로 헬기가 뜨지 못하는 동안 그들은 그 험산을 오르내리며 불을 껐다. 전무후무한 재난 상황에도 불구하고 큰 인명사고 없이 잘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은 매캐한 연기가 가득해서 숨쉬기도 힘든 상황에 무거운 화재진압 장비를 등에 메고 묵묵히 화재 진압에 앞장선 소방관을 비롯한 시와 군 공직자 여러분과 의용소방대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었다.
지난 3월28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울산 동구 화정초등학교 5학년 교사와 학생들이 26일 울산소방본부를 찾아 감사 응원 편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최근 발생한 울주군 온양읍 대형 산불 진화에 애쓰는 소방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편지 쓰기 행사를 마련했고, 편지를 받아본 소방본부 관계자는 “학생들의 마음이 정말 고맙고 힘든 몸과 마음에 힘이 충전되는 것 같다”면서 학생들을 안아줬다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내용이었다.
화재 현장 일선에서 늘 사력을 다해서 시민의 목숨과 재산을 지켜주는 소방관과 위험한 산불 현장에서 주민 대피와 화재 진압에 최선을 다해주신 울산시 공직자 여러분, 그리고 의용소방대 여러분께 이번 산불 진화에 너무나 고생 많으셨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여러분들, 폭싹 속았수다!
공진혁 울산시의회 의회운영위원장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