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화’현상 서북극해까지 확장됐다
기후변화로 북극해에 따뜻한 대서양 바닷물이 유입되는 ‘대서양화’ 현상이 서북극해까지 확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바닷물의 상승한 수온과 염분이 북극 해빙을 녹이고, 해양생태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양수산부는 극지연구소 연구팀이 미국 알래스카대 등과 공동으로 수행한 관측 결과, 대서양화 현상이 태평양과 맞닿은 서북극해 동시베리아해까지 확장된 사실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고 31일 밝혔다.
대서양화(Atlantification)는 기후변화 영향으로 대서양의 따뜻하고 짠 바닷물이 북극해로 흘러들어가는 현상이다. 대서양화가 심화되면 북극해 수온과 염분이 높아지고, 표층까지 열이 전달돼 해빙이 녹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극지연구소 조경호·정진영·양은진 박사 연구팀은 2017년부터 7년간 동시베리아해에 한국형 장기계류관측시스템을 운영해 대서양화의 확산을 실시간으로 관측해왔다.
그 결과, 대서양 특성을 지닌 고온·고염 바닷물층의 상단 높이가 2000년대 초반 대비 약 90m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극해 중층부에 머물던 대서양 바닷물이 점차 수면 가까이 올라오며 해빙을 녹이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대서양화가 단순히 수온 상승에 그치지 않고 해양생태계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뜻한 바닷물이 열과 함께 영양염을 표층으로 밀어 올리면서, 식물플랑크톤 등 해양 일차생산자들의 서식 환경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해수부의 ‘극지 해양환경 및 해저조사’ 연구개발(R&D) 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즈(Science Advances) 2월호에 게재됐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우리 기술로 접근이 어려웠던 서북극해의 변화를 장기간에 걸쳐 심층적으로 확인한 뜻깊은 성과”라며 “기후변화로 인한 북극 해빙 감소와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극지 연구를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