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산불 예방은 작은 불씨부터, 진압은 신속한 초기 대응부터

2025-04-04     경상일보

최근 전국에서 빈번히 발생한 산불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안타깝게도 우리 울산 역시 화장산과 대운산 일대에서 큰 피해를 입었다. 이번 화재 현장에서 산불을 진압한 느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 팀이 처음 화장산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여러 지점에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번지고 있었다. 산 높이는 비교적 낮은 350m 정도였으나, 산길이 없어 가지를 헤치며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가지에 눈을 찔리고, 나무에 베이는 상처를 입는 등 어려움이 있었으나, 동료 대원을 의지하면서 산불 진화에 나섰다. 발견된 산불은 불씨가 바람을 타고 넘어온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미리 준비한 등짐펌프를 활용하여 빠르게 초기 대응을 시작할 수 있었다. 또한, 우리는 세 개 조로 나뉘어 12시간 동안 주기적으로 산을 오르내리며 불길을 잡고, 재발화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우리가 맡은 구역은 무사히 진압할 수 있었다.

초기 진압이 마무리 될 무렵, 밤 12시쯤 화장산 정상 건너편에서 많은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발견했다. 즉시 일부 대원들과 함께 현장으로 향했다. 그곳은 골짜기에서 발생한 화재로 약 300m 길이의 불길이 산 정상 방향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었다. 길이 제대로 나 있지 않아 수풀과 날카로운 나뭇가지를 헤치며 가파른 경사를 따라 내려가야 했다. 내려가는 과정에서 나무가 타며 발생한 진한 연기가 눈과 호흡을 방해했고, 가파른 경사로 인해 실족의 위험도 있었지만, 산불을 진압하겠다는 일념으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내려갔다.

특히 재선충 작업 중 잘라낸 나무들에 집중적으로 붙은 불은 물을 뿌릴 때마다 더욱 짙은 연기를 내뿜었다. 숨쉬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정신이 아득해졌지만 동료들과 함께 참고 견디며 약 2시간의 사투 끝에 결국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목표 지점까지 완전히 진화된 것을 확인하자 숨쉬기도 힘든 상황에도 우리가 맡은 산불이 진화된 모습을 보니 뿌듯하였다.

매번 산불을 진화하면서 느낀 점은 산불은 불과의 싸움이 아니라 물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장에 직접 물을 공급하고 불씨 하나하나에 물을 뿌려야만 불도 끄고 재발화 하지 않기 때문이다.

헬기도 산불에 큰 역할을 하는 건 사실이다.

헬기는 산불의 불기둥을 진압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산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잔불은 사람이 일일이 가서 흙을 뒤엎고 물을 뿌려야만 완전히 진화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불의 특성상 산 정상이나 깊은 골짜기까지 물을 가지고 가야 한다.

산 높이 400m 이상까지 호스를 전개하여야 하며 비탈진 산에 소방호스나 등짐펌프를 오르내리려면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화재를 반드시 진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산불은 단 10분 만에도 정상까지 번질 수 있고 범위가 넓어 산을 수차례 오르락내리락해야 하고 또한 지독한 연기를 맡을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불은 초기에 잡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며, 한 번 피해를 입으면 복구에 최소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므로 사명감을 가지고 산불 진화에 임해야 할 것이다. 산불을 진화하고 돌아보니 동이 트고 있었고, 같이 활동한 대원들은 맨땅에 지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 함께 끝까지 임무를 수행해 준 동료들에게 진심을 감사하고 자랑스럽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산림은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소중한 자산이며 산불예방은 삶의 터전을 보호하는 일이라 생각된다. 이번 화재로 피해를 입으신 주민들께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하루빨리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시길 바란다.

정호영 북부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