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공무원 성추행 시인, 오거돈 부산시장 자진 사퇴
기자회견 열고 “너무 죄송”
취임 1년9개월만에 물러나
내년 4월7일 보궐선거까지
부산시정 1년 공백 불가피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고 취임 1년9개월 만에 전격 사퇴했다.
오 시장은 23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부로 시장직에서 물러나며 시민들께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시청 내부에서도 20여분 전에 파악할 만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는 “최근 한 여성 공무원을 5분간 면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고 강제추행으로 인지했다”며 “이런 잘못을 안고 시장직을 더 수행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고 말을 이었다.
오 시장은 이어 “공직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으로 남은 삶을 사죄하고 참회하면서 평생 과오를 짊어지고 살겠다”며 “모든 잘못은 저에게 있다”고 흐느꼈다.
오 시장은 “3전 4기의 과정을 거치면서 어렵게 시장이 된 이후 사랑하는 시민들을 위해 시정을 잘 해내고 싶었지만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 너무 죄송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시장 집무실에서 한 여성 공무원과 면담하다가 해당 여성의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오 시장으로부터 강제추행 피해를 본 여성이 “집무실에서 있었던 일은 명백한 성추행이고,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명백한 성범죄였다”고 말했다.
여성 A씨는 이날 오후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저는 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입니다. 여느 사람들과 같이 월급날과 휴가를 기다리면서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며 “이달 초 업무시간 처음으로 오 시장 수행비서 호출을 받았고 업무상 호출이라는 말에 서둘러 집무실에 가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A씨는 “그곳에서 발생한 일에 경중을 따질 수 없고 법적 처벌을 받는 명백한 성추행이었다”며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경중에 관계없이’ 등 (오 시장의) 표현으로 제가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비칠까 두렵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사퇴로 부산시정은 변성완 행정부시장이 시장 권한대행으로 이끌게 됐다. 내년 4월7일 보궐선거로 새 인물을 찾을 예정이어서 부산시정은 1년간 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2018년 여성 노동자들과 한 회식 자리에서 양옆에 여성들을 앉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박진우기자 iory8274@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