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카드 해외여행에‘날개’…고환율은 ‘발목’

2025-04-09     오상민 기자
기온이 오르자 여행 수요가 꿈틀대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면 외화 환전도, 결제도 거뜬한 시대. 지갑에 현금을 챙기던 모습은 더는 익숙한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을 반복하면서, 울산 여행객들 사이에선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트래블월렛, 스위치원 등 모바일 기반 환전 서비스(모바일 월렛)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앱에서 외화를 미리 충전한 뒤, 현지에서는 QR코드나 바코드로 간편하게 결제하는 방식이 보편화됐다. 환전과 결제의 경계가 흐려지며, 디지털 기반 여행 문화가 자리잡는 모양새다.

트래블월렛은 2021년 8억2500만원이던 매출이 2023년 230억원으로 30배 가까이 급증했다. 현재 46개 통화를 지원하고 있으며, 1억개 이상의 글로벌 가맹점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누적 결제 발급량은 720만장, 누적 거래액은 5조원을 돌파했다. 스위치원 역시 2022년 출시 1년 만에 누적 거래액 20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엔 4000억원을 넘겼다. 최근에는 월간 거래액이 1000억원을 돌파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에서는 알리페이를 통해 노점에서도 결제가 가능하고, 국내에서는 카카오페이 연동이 실현되며 사용자 편의성은 더욱 높아졌다. 이에 따라 실물 환전은 줄고, 모바일 환전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방학이나 휴가철에도 예전처럼 환전 문의가 많지 않다”며 “환전 고객 대부분은 외국환 투자를 위해 하는 경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환전 방식은 디지털로 바뀌었지만, 환율이 주는 심리적 부담은 여전하다. 결제는 스마트해졌지만, 여행객들의 계산기는 여전히 복잡한 셈법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수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주간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이 전일 대비 5.4원 오른 1473.2원으로 마감하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는 지난해(1385.38원)보다 약 6.3%, 2년 전(1259.35원)과 비교하면 17%나 오른 수치다.

고환율은 모바일 월렛 사용자에게도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앱에서 충전한 외화 역시 환율에 따라 실질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현금을 써야 하는 상황도 남아 있다. 매너팁이나 가이드 경비 등은 현금 지급이 요구된다.

실제 조만간 해외 여행을 계획한 A씨는 현지 가이드 경비를 지급하기 위해 은행에서 환전을 준비하던 중,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결정을 보류했다. 그는 “지금 환전했다가 더 떨어지면 억울하고, 계속 기다리자니 더 오를까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1400원을 넘기면 해외여행 수요 자체가 움츠러든다”며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수요 위축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