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이차전지 산업의 미래는 ‘배터리 특성화대학·대학원’
울산시가 이차전지 산업의 핵심 인력 양성을 위해 ‘배터리 특성화대학’ 공모에 다시 한번 나선다. 고배를 마신 지난해에 이은 두 번째 도전이다. 이는 울산이 목표로 하는 ‘완성차-소재-전극-셀-리사이클링’에 이르는 ‘완결형 이차전지 전주기 밸류체인’ 구축의 핵심 토대가 될 고등교육 전주기(학사~박사) 인력 양성 체계를 확보하기 위한 절실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울산시는 오는 4월 25일까지 교육부에 울산대를 배터리 특성화대학으로 지정하는 신청 기획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배터리 특성화대학에 선정되면 향후 4년간 국비 등 124억원을 지원받아 연간 60명의 이차전지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게 된다.
이차전지 산업은 원료 채취부터 가공, 소재 생산, 셀 및 모듈·팩 조립, 사용, 폐기 및 재활용에 이르는 전주기에 걸쳐 폭넓은 전문 인력을 요구한다. 최근 현대차, 삼성SDI, 고려아연 등 지역 주요 기업들이 투자를 잇달아 확대하면서 연구개발(R&D) 인력은 물론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실무형 인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된 울산에는 관련 대학의 학부 과정은 물론 대학원 과정조차 전무해 지역 산업에 특화된 전문 인력을 단 한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충분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기업의 기술 혁신 속도가 늦어지고, 외부 인력 유입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켜 궁극적으로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저해하고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는 현재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2023년 국내 유일의 반도체 소재·부품 특성화대학원에, 지난해에는 ‘반도체 특성화대학’에도 각각 선정되어 반도체 고등교육 전주기 반도체 인력 양성 체계를 구축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정부는 2023년 7월 울산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 당시 전고체 전지·리튬황전지, 삼원계(NCM·NCA) 배터리 개발 등 미래 배터리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술 개발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지금처럼 기술 개발 및 혁신을 주도할 핵심 인력 양성 체계가 부재하다면, 글로벌 연구거점은커녕 생산 거점도 바라보기 어렵다.
울산시는 반드시 배터리 특성화대학을 유치해 안정적인 학부 교육 기반을 마련하고, 나아가 대학원 과정까지 확대해 이차전지 전주기에 걸친 전문인력 양성 시스템을 확고히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