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대위체제’ 놓고 통합당 며칠째 집안싸움만
金위원장 전권 요구 반발에
비대위 전환 전화설문 논란
‘경륜·실력’ 옹호론도 팽팽
2020-04-23 김두수 기자
대표 권한대행인 심재철 원내대표는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만나 비대위원장 수락 여부를 매듭짓고, 본격적인 당 쇄신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전권 요구를 놓고 당내 반발이 거센데다 전화 설문으로 비대위 전환을 결정한 방식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며 여진은 가라앉지 않고 있어, 비대위는 출범조차 하지 못한 채 난관에 봉착한 형국이다.
21대 국회에서 4선 중진이 되는 울산출신 김기현(남을) 당선인은 이날 “당의 지도체제가 전화로 몇 번 물어 임시처방으로 결정할 만큼 가볍고 사소한 사안이냐”고 반문한 뒤 ‘김종인 비대위’가 정통성을 갖추지 못한 채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발표된 전화 설문조사 결과는 ‘김종인 비대위’ 찬성이 43%, 조기 전당대회 찬성이 31%였다. 어느 쪽 의견도 과반을 점하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심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김종인 비대위를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3선 고지에 오른 조해진 당선인(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은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 “이런 체제를 받아들이는 것은 21대 84명의 당선자가 당을 스스로 다스리거나 개혁할 능력이 없는 정치적 무능력자, 정치적 금치산자들이라고 선언하는 것”이라며 ‘무기한·전권 비대위’ 요구가 “모욕적”이라고 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대표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서 “아무리 당이 망가졌기로서니 기한 없는 무제한 권한을 달라는 것은 당을 너무 얕보는 처사다. 차라리 헤쳐모여 하는 것이 바른길”이라고 했다.
홍 전 대표는 앞서 지난 17일 라디오 방송에서는 ‘김종인 비대위’에 찬성했다. 일주일도 안 돼 ‘그럴 바엔 당을 해체하자’는 식으로 돌아선 것은 김 전 위원장이 2022년 대선 후보 선정까지 관여할 뜻을 내비친 것에 대한 반감이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반면 ‘김종인 비대위’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김 전 위원장을 대체할 수 있는, 경륜과 실력을 갖춘 중량감 있는 인사를 찾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21대 국회에서 당내 최다선(5선)이 되는 정진석 의원은 “통합당은 그간 위기를 자강론으로 돌파한 사례가 없다. 왜 김종인이냐는 질문은 중도 성향에 위기 극복 경험을 가진 경제전문가라는 말로 설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심재철 원내대표에게 “현역 의원과 21대 당선인들의 합동 연석회의를 갖자”고 제안한 상태다. 당선자 총의를 모아 ‘김종인 비대위’의 시작에 힘을 실어주자는 취지다. 김두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