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나를 먼저 응원한다
자신을 돌볼 틈도 없이 몰아치면
어찌 남에게 관대할 수 있을까
나를 믿고 마음의 여유를 갖길
골프는 흔히 멘털 게임이라고도 한다. 멘털에 그만큼 민감하다. 혼자 하는 운동인데 왜 그럴까? 캐디가 일부 도움을 주지만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서는 오롯이 그 책임이 본인한테 있기 때문이다. 5시간 이상 버텨내는 게임 운용 능력, 집중적인 체력관리,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 샷 유지 등이 멘털로 귀결될 수 있다. 사소한 휴대폰 울림이나 자신의 감정 변화에도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누가 흔들림 없이 집중력을 잘 발휘하는가에 따라 그날의 성적이 좌우된다. 한때 타이거 우즈 선수는 연간 200만달러나 지급하면서 유명한 정신 심리 의사에게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았다고 한다.
전투에서도 마찬가지다. 적과 싸워 반드시 이기겠다는 강한 적개심(멘털)으로 전투 의지가 불타올라야 승리할 수 있다.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나 자신감을 상실하게 되면 승리할 수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나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뛰어넘어 ‘나는 반드시 성공한다.’라는 확신이 있어야 무엇이든지 얻을 수 있다. 군에서는 부대별로 경례구호가 다양하다. 한때 필자가 대대장으로 근무했던 5사단 경례구호는 다소 길었지만, “단결! 하면 된다!”였다. 답례도 동일하게 해야 한다. 하루에 몇 번이나 이 구호를 외쳐야 했을까?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은 외친 것 같다. 그것도 무려 4년 내내. 아직도 가끔 귀에 쟁쟁하게 그 진한 메아리가 들리는 듯 착각할 때도 있다. 이 구호를 계속 내뱉으면서 느낀 것이 있었다. 두려움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왠지 모르게 대책 없는 자신감도 넘친다.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아무 망설임 없이 “그래. 까짓 거 해보지 뭐!”라는.
작전 부사단장으로 근무하면서 전방 철책에 있는 초급장교 근무현장을 자주 방문했었다.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초급장교들이 자기를 돌볼 틈도 없이 오로지 부대와 병사들에게만 매달리고 있었다. 주간과 야간이 바뀐 철책지역에서 순찰 돌고 지쳐 쓰러지듯 자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일상. 필자도 그땐 그랬다. 돌아보니 나를 돌보는 방법을 몰랐다.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하지 않는 이가 어찌 남에게 관대할 수 있을까. 안타까웠다.
골프는 여러 번 회생 기회가 있다. 이번 홀에서 실수했다면 다음 홀에서 만회하면 된다. 이번 시합에서 잘못되면 다음 시합에서 잘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실수를 한 선수 가운데는 마치 세상이 끝난 것처럼 실망과 절망을 표현하는 선수들이 있다. 골프채를 집어던지기도 하고, 집에 돌아와 실수를 자책하며 벽에 머리를 찧으면서 후회하는 사례도 있단다. 깜짝 놀란 부모가 골프를 그만두게 한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오죽하면 그럴까도 싶다. 연습 때는 잘되다가도 막상 시합에서는 30cm 거리도 홀컵에 들어갔다가 훑고 나올 때도 있으니까. 그래도 잊을 것은 잊어야 한다. 까짓 거 우승을 못 하더라도 내 몸과 마음이 망가지면 더 큰 손해가 아닌가.
우리가 매일매일 전쟁터 같은 이 세상에서 싸워야 할 상대는 쟁쟁한 경쟁자들이 아니라 바로 나의 멘털인지 모른다. 철학자 파스칼도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다. 생각하는 만큼 흔들리는 존재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원효대사가 잠결에 해골바가지에 담긴 물을 마시고 다음 날 알게 된 그 단순한 깨달음이 말해주는 것. ‘모든 것은 내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오늘 하루도 잊을 것은 빨리 잊어버리고,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져보자. 비록 멘털 비용으로 거액을 낼 형편은 아니지만, 불확실한 이 세상 속에서도 자신감에 넘치는 사람은 언제나 아름답다. 지금은 비록 많이 부족하지만, 다음에 잘하면 되잖아. 오늘도 나는, 나를 먼저 응원한다!
곽해용 국회 비상계획관(이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