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입주는 했지만 집은 없다

2025-04-15     이다예

하나부터 열까지 다 복잡하다. 도시개발 사업의 행정 절차를 들여다보면 머리가 지끈해진다. 조합 설립부터 사업 인가, 시공, 준공, 사용 승인, 등기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지나칠 수 있는 단계가 없다. 이 중에서도 사용 승인 이후 등기 절차가 지연되면 아파트에 입주해 살고 있더라도 법적으로는 아직 내 집이 아니다.

울산 중구 대단지 아파트인 번영로 센트리지의 상황이 이렇다. 이 아파트는 택배도 오고, 어린이집과 각종 커뮤니티 시설도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집 없는 민달팽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입주 2년차를 맞았음에도 미등기 상태가 지속되면서 재산권 행사에 문제가 생긴 탓이다. 당초 정비사업계획에 포함된 도로 편입 보상 등이 이행되지 않아 등기가 지연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두고 조합은 행정기관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관할 지자체인 중구청은 조합에서 제출한 자료가 부실하다며 승인 불가 입장을 내놓는다.

결국 입주민들의 등만 터지고 있는 현실이다. 일반분양자들은 더 답답한 상태다. 실제 입주해 살고 있지만, 등기가 지연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나 자산 이전이 완전히 틀어막히고 있다. 재산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리고 있는 것이다. 세금은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으면서도 분양권이 없어 집을 팔 수도 없다.

이는 비단 번영로 센트리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울산을 비롯해 전국 재개발·재건축 구역 곳곳에서 각종 시설 미조성에 따른 사용승인·등기 지연으로 재산권이 제약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조합은 ‘관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고, 행정은 ‘법대로 한다’고 하고, 시공사는 ‘뒷짐’을 진다. 애꿎은 입주민들의 재산권은 이들의 책임 공방에 떠밀리며 방치된다.

입주민들은 호소한다. 조합과 행정기관이 합심해 합의점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고. 조합도 해야 할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중구청도 행정 절차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정비 사업을 총괄하는 지자체와 정부가 해마다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인지하고,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정한 조건 아래 등기를 일부 허용하거나 중재를 유도할 수 있는 행정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가뜩이나 불안한 부동산 시장에 재산권 침해 사태는 발생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이다예 사회문화부 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