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천 정자로 엿보는 울산 선비문화

2025-04-15     차형석 기자
본보의 소개로 알려진 울산지역 인문학 공부모임인 ‘이문상우(以文尙友)’(본보 2024년 12월11일자 10면)가 울산 반구천 주변의 정자(亭子)들을 중심으로 지역의 옛 선비문화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책 <울산 반구천의 정자와 시문>을 출간했다.

‘이문상우(以文尙友)’는 울산대학교 성범중 명예교수를 중심으로 울산 지역의 옛 문헌자료를 강독하며 우리 역사와 인문학을 공부하는 모임이다. 이 책은 울산 반구천 유역 정자들과 관련한 시문을 번역하고 해설을 붙인 것이다.

반구천 유역의 반구대는 포은 정몽주가 언양에 유배 와 있을 때 오른 곳으로, 1712년 반고서원(槃皐書院)이 설립되고 이듬해 반구대 맞은편에 집청정(集淸亭)이 건립된 이후에는 전국에서 선비들이 많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이 책에서는 상류로부터 내려오면서 위치하고 있는 최남복의 백련정(白蓮亭), 김정태의 송천정(松川亭), 최신기의 집청정(集淸亭), 이정혁 형제의 모은정(慕隱亭), 김경 부자의 관서정(觀逝亭) 등에 남아 있는 옛 시(詩)와 문(文)의 그윽한 정취가 담겼다.

건립 시기는 들쭉날쭉하지만 이 정자들은 모두 반만년이 넘는 연원을 지닌 반구천 가에 자리 잡아 경주·울산·언양 고을 선비들의 학문 수양과 교유의 장소로서의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특히 집청정은 전국에서 포은을 사모하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그 자취를 회고한 곳이기도 하다.

이 책은 백련정, 송천정, 집청정, 모은정, 관서정 등 5개 정자로 나눠, 각 정자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각 정자와 관련된 시 107편, 문 19편을 역주(譯註)했다.

책 말미에 성범중 교수의 ‘반구천: 자연사 및 선사 유적과 유불 문화의 적층 지대’와 유명종 전 신선여고 교사의 논고 ‘반구천 주변 정자의 명명(命名)과 공간적 기능’을 수록했다. 이를 통해 울산 지역 선비문화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다.

‘이문상우’는 ‘이문회우(以文會友)’와 ‘상우천고(尙友千古)’에서 두 글자씩 따서 조합한 것이다.

이문은 “군자는 글로 벗을 모으고 벗을 통해서 인덕을 수양한다”라는 증자의 말에서, 상우는 “천하의 훌륭한 선비와 벗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못하면 다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서 옛사람을 논한다…그 세상을 논하니 이것이 바로 옛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벗하는 것이다”라는 맹자의 말에서 따왔다.

‘이문상우’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매주 모여 울산 지역의 옛 문헌자료를 찾아 읽고 논의하는 작업을 이어 오고 있으며, 봄과 가을 두 차례 지역의 문학, 역사 관련 답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은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명예교수, 박미연 대구섬유박물관장, 박채은 전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신형석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박물관운영본부장, 양명학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명예교수, 엄형섭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강사, 조상현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강사, 최윤진 울산박물관 학예연구사, 최윤경 전 우신고등학교 교사, 유명종 전 신선여자고등학교 교사가 번역에 참여했다.

성범중 울산대학교 명예교수는 “10년이 넘도록 원전 강독을 한다면서도 아무런 결과물을 내지 않은 데 대해 비난 겸 푸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며 “우선 이 책을 내고 앞으로 자료가 정리되면 다시 2권, 3권의 결과물을 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