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만의 사회와 문화 (65)]슈퍼맨 트럼프의 매드맨 전략과 앞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2025년 1월20일 취임했으니 불과 3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세계 주요 뉴스에서 그의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그가 매일 오전 오후에 쏟아내는 행정명령과 발언에 세계인이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시대를 구원할 ‘슈퍼맨’인가?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면, 적어도 미국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는 2020년과 2024년, 자신이 만화 ‘슈퍼맨’과 동일시되기를 원했다.
한편, 그는 다시 대통령이 되어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매드맨’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세계 경제는 트럼프의 속내를 알 수 없는 광인(madman) 협상전략에 공포를 느끼고 있다. ‘슈퍼맨’과 ‘매드맨’의 두 가지 키워드는 지구의 중심인물 트럼프를 이해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2020년 트럼프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그는 병원 퇴원시 ‘깜짝쇼’를 계획했다고 한다. 와이셔츠 속에 ‘슈퍼맨’ 티셔츠를 입고 병원을 나서면서 대중에게 와이셔츠를 벗어젖히며 슈퍼맨 S자가 크게 적힌 티셔츠를 내보이려 했다는 것이다. 선거기간 동안 그는 자신이 강한 전사임을 나타내고 싶어 했다.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고 한다.
또한 슈퍼맨 주제곡이 들리면서 ‘슈퍼맨’의 몸통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화면 동영상을 리트윗하는 등 평소 영웅 이미지를 갈망했다. 1938년 만화로 출발한 ‘슈퍼맨’은 대공황 시기에 실직과 빈곤에 시달리는 백성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했고, 그 후 오랫동안 세계인의 큰 사랑을 받아온 대중영웅을 그린 작품이다. ‘슈퍼맨’은 “총알보다 빠르고, 기관차보다 힘세고, 높은 건물도 단숨에 뛰어넘는 강철 사나이”로 어려움에 처한 자를 돕는 희망의 아이콘이었다. 트럼프는 이를 충분히 활용했다.
트럼프의 ‘슈퍼맨’ 사랑은 계속된다. 연임에 실패 후 2024년 선거기간에 자신의 참모들과 함께 포토샵으로 합성된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선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자신은 ‘슈퍼맨’, 러닝메이트 부통령 밴스는 ‘배트맨’, 테슬라 최고책임자 일론 머스크는 반인-반로봇 ‘사이보그’ 등으로 온갖 영웅들 이미지를 합성해 자신의 선거에 활용했다. 자신과 참모들을 ‘미국을 구하는 영웅들’로 미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합성이미지를 담은 티셔츠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10~99달러에 판매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총 피격에서 목숨을 건졌다. 성조기 배경 장면속 그는 ‘슈퍼맨’과 같은 초인영웅으로 추앙됐다. 그는 성추문 입막음 사건과 의회 난동 배후라는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극적으로 다시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최근 한국 대통령 파면 과정에서 ‘트럼프가 윤을 구하러 올 것이다’라는 일부 보수 측 믿음은 위와 같은 트럼프의 구세주, 초인영웅의 이미지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적자 해결과 악성 국채 해결을 위해, 상호관세라는 이름의 25~125% 관세폭탄을 세계에 던졌다. 첫째 문제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우방국과 동맹국에까지 혹독하고 공포스러운 ‘매드맨’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해당 국가들이 미국 눈치만 살피고 있으나,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에 불만이 쌓이고 트럼프의 즉흥성이 독이 되면, 미국이 세계 지도국으로서 잘 기능할지 알 수 없다.
둘째 문제점은 트럼프 정부가 부과하겠다는 기본 25% 관세가 미국 대중의 수입 생활물품에 적용되면, 자연스레 미국 내 물가상승 또는 인플레이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1기 때에 이미 나타난 현상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 국민들은 바이든 정부에 들었던 반기를 다시 트럼프에 들 것이다.
미국 내에서 슈퍼맨 전략으로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는 국외에서 매드맨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데, 상대국의 반발과 전략에 따라 자신의 계획과 달리 그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