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갈등이 당연해진 사회

2025-04-16     경상일보

얼마 전 서울서 열린 대규모 의료관련 행사를 견학했다. 이틀간 펼쳐진 행사인데, 당시 일정 중 일부로 진행됐던 패널토의가 현재 의료계에서 화제다. 필자 역시 그 토의와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며 생각이 복잡해졌는데 오늘은 이에 대해 적고자 한다.

당시 토의의 제목은 ‘의료대란 이후 병원경영 패러다임의 변화’였다. 패널들은 예방의학 교수, 대형병원 병원장 및 보직자, 간호책임자, 중소병원 병원장 등 다양했다. 토의는 원론부터 실무적인 이야기까지 오가며 이루어졌는데, 그 중 PA관련 내용이 현재 화제이자 논란이 되고 있다.

PA는 의사의 보조역할을 하는 전문간호사를 말하고 업무범위를 두고 불법인가 아닌가가 계속해서 논란이 되어오다가 올해 본격적으로 합법화된다. 토의에 참여하신 패널분들의 소속이 전공의가 있다가 부재한 병원부터 처음부터 전공의 없이 전문의 만으로 근무한 병원들이 혼재되어 있었고 각자가 현 상황에서 ‘병원경영’ 정상화를 위한 방법으로 PA 배치 및 이로 인한 장단점을 논하였는데 여기서 나온 몇몇 발언들이 현재 의료계 인사들에게서 찬반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발언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긴 그렇지만 PA가 전공의 없는 병원에선 한 가지 큰 대안이라는 내용, 전공의들이 복귀하게 될 때 현재 있는 PA와 함께 일하고 있는 교수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이미 배치된 PA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들이 그것이다.

사실 PA와 관련한 논란은 십수년간 계속 있었던 일이지만, 그 논란 중 하나가 ‘전공의 역할의 대체’와 관련된 것이었고 그게 전공의들이 대학병원에 없는 지금 시점에 공개토의로 다뤄졌기에 더더욱 여파가 큰 듯 하다. 이 내용이 기사화되자 의료계 인사들이 SNS 등을 통해 의견을 표출하고 있는데 그 표현수위 및 방법이 다시 2차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모습들에 실망한 패널 중 한 분은 직장에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토의를 비판하는 분들의 주된 논지 중 하나는 패널분들의 발언이 대학병원의 교육기능이라는 걸 간과한 채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직접 본 입장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적자면, 패널분들 중 다수는 현 상황에 어떻게든 운영을 해야하는 경영진이자 보직자 입장에서 겪은 경험을 딱 그만큼 한정해 이야기한 것이고 그를 넘은 특정한 가치판단이나 사감이 많이 섞였다고 보이진 않았다.

패널분들의 이야기는 제목처럼 이러한 시기의 ‘병원경영’에 한정되어 오갔고 그와 관련된 주제만 사회자가 묻고 진행했기에 그렇게 한정해서 받아들이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가 현재까지의 생각이다. 필자의 의견이 틀릴 수도 있지만, 그와 상관없이 이런 공개토의 자리에서 이처럼 솔직한 경험담을 들려주는 건 굉장히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게 이리 공격받을 일인가 싶으면서도, 이 토의자리는 그냥 트리거가 된 것이고 이미 골깊은 갈등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이란 생각도 든다.

현 의정갈등에 대한 이야기는 웬만하면 안 하려고 하고 있다. 스스로가 그런 이야기를 할 입장인지 능력이 되는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사태들을 보며 걱정은 계속 늘고 있다. 현 상황이 극적으로 타협이 이뤄지든, 흐지부지 옅어져 해결이 되든, 어떤 식으로 봉합이 되더라도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는 내부 갈등의 골이 크게 남은 채 봉합될거 같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방법이 과연 있겠는가 하는 체념도 든다.

비단 의료계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둘러보면 ‘갈등의 지속’이 최근 사회 전체의 시대정신 비슷하게 되어버린 듯하다. 풀리지 않고 그냥 갈등 가득한 그 상태로 굴러가는 것이다.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답답한 마음에 오늘도 자문만 해본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