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 지역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번 트럼프 관세 전쟁을 통해 경제에평생 우방은 없으며, 국내 최고 공업도시인 울산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 우리는 다른 지자체가 아닌 미국, 중국 등 강대국과 경쟁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느껴야 한다.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보는 혜안으로 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울산시는 독자적인 리더십을 갖고 울산에 맞는 설루션을 찾아야 한다. 최근의 정치상황을 통해 중앙정부에 기댄 수동적 경제정책 수립이 얼마나 위험한지 국민 모두가 체험했다. 여야를 떠나 특정 정치인 한 두 사람에게 우리의 미래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울산을 가장 잘 아는 울산의 리더십들이 울산만을 위한 설루션을 찾아야 한다. 어떻게 울산의 경쟁력을 높일 것인지, 어떤 새로운 산업을 육성할 것인지, 어떻게 고용을 안정시키고 소상공인의 소득을 높일 것인지 연구하고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김두겸 울산시장이 삼산· 여천 쓰레기 매립장 위에 도시숲을 만들고 세계적 공연장을 짓는 등의 정책은 높게 평가할만하다. 지금 울산은 오후 9시만 지나도 거리가 한산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소비 문화가 변했다고는 하나 부산 광안리, 해운대 주변은 자정이 넘어까지 불야성인 것을 보면 꼭 맞는 말도 아니다. 관광이 활성화되어 거주민 외에 외부의 많은 관광객이 유치돼야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소득을 함께 높이는 도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공업도시 울산을 관광도시 울산으로 변화하는 시도는 지역 맞춤형 리더십의 좋은 사례라 생각한다.
울산·포항·경주 간 해오름동맹을 통해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서로가 잘하는 것을 강화하고 부족한 것을 보완해야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우선 검토할 수 있는 것은 관광시스템 통합이다. 경주 보문의 관광자원을 포항·울산의 해양관광과 연계해야 한다. 해운대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경주·포항·울산 관광벨트를 편하게 찾고 이용할 수 있도록 연계 교통망을 강화하고 관광 안내 플랫폼을 통합해야 한다. 볼 것과 고를 것, 먹을 것이 많아야 선택받을 수 있다.
제조 외에 지역 맞춤형 AI(인공지능)시스템 등을 육성할 수 있는 해오름동맹 특화 스타트업 육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제조혁신을 이룰 수 있는 AI와 IT 서비스를 개발·실증하고, 적용하기에 포울경은 최고의 입지일 수 있다. 제조업의 도시답게 제조에 맞는 첨단 스타트업을 해오름동맹 내에서 통합 육성하고 지원하여 대학 간 연계를 강화하고, 비제조 분야 청년들도 지역에서 새로운 산업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키워내야 한다.
상생과 통합의 리더십으로 공동체를 하나로 만드는 것도 중요 과제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 가장 힘든 사람은 서민들이다. 전 세계가 각자도생의 시대로 간다고 하더라도 지역 내에서는 통합과 격려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우리 민족은 강대국 속 위기가 있을 때마다 단합의 힘으로 이겨냈다. 서로 시기 질투하고, 비방할 것이 아니라 2002년 월드컵 때처럼 서로 얼싸안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민과 관, 노와 사, 기업과 기업,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진보와 보수가 모두 함께하는 리더십을 통해 울산의 경쟁력을 높이고 사회적 약자를 보듬을 수 있어야 한다.
위기의 시대,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생각난다. 기술도, 자본도 없는 철강 불모지 대한민국에 일본 식민지 배상금과 일본 제철소의 기술 지원으로 일본 철강기업을 넘어선 세계적 철강기업 포스코를 만들어낸 그의 유일한 지향점은 오직 잘사는 대한민국이었다. 성공적으로 대한민국에 새로운 산업을 만든 것 외에도 IMF 때 지역 상인들의 어려움을 생각해 구내식당의 문을 닫고 포스코 직원들이 외부 식당을 이용하도록 한 포용과 관용의 리더십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결국 그는 그 시대에도, 지금도 보수와 진보, 정계와 재계 모두에게 존경받는 큰 어른이 되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위기의 시대, ‘잘사는 울산’의 가치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하나된 가치로 다시 뭉치고, 발전하고,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각자도생의 시대, 격변의 시대 울산만의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한다.
이정협 서호홀딩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