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울산 HD현대중공업 방문...美관세 ‘협상카드’ 조선업 현장 점검
최근 조선산업 부활을 위해 미국이 한국과 기술 협력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울산의 HD현대중공업 조선소를 찾았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산업 시찰이 아닌, 한미 간 조선 기술 협력 확대와 국내 방위산업의 전략적 재정비를 동시에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16일 한 권한대행은 권오갑 HD현대 회장과 함께 도크를 시찰하며 우리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인 ‘다산정약용함’ 건조 현장을 둘러봤다.
다산정약용함은 최신 탐지·타격 시스템과 국산화된 전투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향후 한국 해군의 핵심 전략 자산으로 운용될 예정이다.
현장 관계자로부터 선체 구조, 무기체계, 진수 계획 등 상세한 브리핑을 받은 한 대행은 “회사들이 다 이 근처에 있습니까”라고 물었고, 권 회장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약 3000개의 협력사가 있고, 군함 제작에는 약 250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어 사실상 거의 전량 국산화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한 대행은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민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 정부는 관련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협력 방안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인 만큼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와 의견을 적극 제시해달라”고 당부했다.
총리실은 이번 방문에 대해 “한미 간 3대 전략 협력과제 중 하나로 조선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을 보유한 HD현대중공업을 찾아 기술력의 전략적 가치를 재확인하고, 임직원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은 전략상선단을 2030년까지 250척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동시에 중국 해군의 함정 보유량이 2030년까지 460척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미국 내에서도 조선기술 확보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이 가진 조선 기술력은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에서 유력한 카드로 거론된다.
특히 설계, 용접, 맞춤형 생산에 이르는 전 공정을 지원할 수 있는 한국 조선업계의 역량은 미국이 필요로 하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향후 한미 기술 협력을 기반으로 방산 수출과 통상 협상에서의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적 행보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조선 기술 확보 니즈와 한국의 기술 전수를 연계할 경우, 무역장벽 완화나 방산 수주 확대 등 실질적 이익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크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초계함, 다산정약용함 등 다양한 군함 건조 현장에 장시간 머물며 공정과 기술 수준을 면밀히 점검했다. 이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는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과 관련해 정부가 전략적 방향성을 조율하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KDDX는 총 6척, 7조원 규모의 대형 방산 프로젝트로, 2020년부터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사업 주도권을 두고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갈등이 이어지면서 설계 지연과 일정 불확실성, 수출 전략 표류 등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KDDX 관련 혼선을 조기에 정리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