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신분증 위조피해 업주 구제받는다

2025-04-18     주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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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 범서읍에서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몇 년 전 새벽 3시께 여럿이 함께 방문한 손님들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들여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손님들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가게에 들이닥쳤고, 신분증 조회 결과 모두 타인의 신분증을 도용한 미성년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청소년들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채 훈방조치됐고 A씨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 열흘 간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 이로 인해 A씨는 500만원가량의 매출 타격을 입었다.

이렇게 나이를 속인 청소년을 들였다가 억울하게 행정처분을 받아야 했던 자영업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게 됐다.

영업자가 청소년의 신분증 위·변조 또는 도용 등으로 청소년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행정처분을 면제받을 수 있는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안이 오는 23일부터 시행된다.

이 개정안은 영업자가 청소년의 신분증 위·변조 또는 도용 등으로 이용자가 청소년인 사실을 알지 못한 사정이 △영상정보처리기기(CCTV)에 촬영된 영상정보, 진술 등으로 확인된 경우 △불송치 또는 불기소를 받거나 선고유예 판결을 통해 확인된 경우 영업자의 행정처분을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개정으로 그동안 식품위생법 등 일부 법률에만 마련돼 있었던 행정제재 면책 근거가 숙박업소, 찜질방, PC방, 노래방 등 나이 확인이 필요한 영업 전반으로 확대됐다.

억울하게 피해를 입었던 A씨는 “신분증 확인 의무를 소홀히 한 것도 아닌데 가게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 해 억울한 심정이었다”며 “지금이라도 선량한 자영업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법안이 시행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모바일신분증 시범 발급 이후 신분증 위·변조가 더 쉬워지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엑스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모바일신분증 제작’ ‘신분증 위조’ 등을 검색하면 모바일신분증을 제작·위조해준다는 불법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남구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한 커플 손님의 모바일신분증을 확인하고 들였는데, 퇴실 후 손님이 놓고 간 지갑 안 신분증을 보니 미성년자였다. 그 이후부터 무조건 실물 신분증을 요구하고 있다”며 “업주에 대한 면책 조항과는 별개로 처음부터 위조 신분증을 쉽게 사용할 수 없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울산시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 시행은 자영업자의 권익 보호 범위가 넓어진 데 의미가 있다”며 “소상공인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규제가 지속적으로 발굴·개선돼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