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예식장 부익부 빈익빈…공공은 찬밥
10~20년전에 비해 혼인 건수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울산지역 일부 고급 예식장은 일정 잡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반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예식장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각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공공예식장 지원 사업은 울주군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2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울산의 혼인건수는 광역시로 승격된 1997년 8857건이었으나 지난 2022년 4013건으로 반토막났다. 이후 2023년 4274건, 2024년 4726건으로 다소 늘었는데, 이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미뤄졌던 결혼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결혼을 하려는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예식장 일정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의하면 광역시 기준 결혼서비스의 중위가격은 △결혼식장 1380만원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의 줄임말) 420만원 △스튜디오 촬영 170만원 △드레스 150만원 등 결혼 비용은 수천만원으로 추산된다.
인기가 좋은 관내 고급 예식장의 경우 성수기, 추가항목 등에 따라 비용이 더 커지지만 원하는 날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최소 1년 전부터 예약을 해야할 만큼 수요가 많다.
하지만 시설이 비교적 과거에 머물러 있는 일부 예식장은 결혼 성수기로 불리는 4~5월에도 예식 일정이 널널한 편이다. 특히 시설이 더욱 열악한 지자체 운영의 공공예식장의 경우에는 사실상 운영 중단 상태다.
지자체 중 남·북·동구는 청사 대강당을 예식장으로 대여해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관료는 10만원 안팎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간, 조명, 음향 등을 이용할 수 있지만 남구는 2020년, 북구는 2019년, 동구는 2014년 이후로 수요가 없는 실정이다.
중구 또한 코로나 이후 구청 예식 수요가 없어지자 더 이상 예식을 받지 않기로 했고, 공공시설을 활용한 결혼에 비용을 지원해주는 ‘작은 결혼식’ 사업을 실시했지만 신청자가 없어 1년 만에 사업을 종료했다. 울주군이 시행하는 ‘사랑이음결혼식’만이 유일하게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공공기관, 관광지 등 예식장소를 무료로 대관해주고 예복·메이크업 등 웨딩패키지를 500만원 한도에서 지원해준다. 매해 6~7쌍의 예비부부를 모집·지원하는데, 올해도 지난달부터 신청자를 모집해 총 5건의 신청이 접수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대규모 고급 결혼식의 수요가 늘었다. 대관료와 식대를 올리더라도 버진로드와 객석을 확장하는 등 시설을 고급화하는 것이 우선인 추세”라며 “공공예식장 뿐만 아니라 민간예식장도 리모델링 등 돌파구를 찾아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