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덧셈은 잘하지만, 자기 물건 못챙기는 아이들
최근 세계적으로 학생의 주도성을 미래 교육의 핵심 역량으로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학습자 주도성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자기주도성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숙제나 준비물을 챙기지 못한 학생이 “엄마가 안 챙겨주셨어요.”라고 말하거나, 부모가 “제가 아이 준비물을 미처 못 챙겼어요. 혼내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아이는 자신의 실수를 부모의 책임으로 돌리고, 부모는 그 책임을 스스로 떠맡는 상황이다. 학생의 주도성이라곤 찾을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의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원인은 부모의 과도한 개입과 통제에 있다. 아이에게 스스로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보다, 부모가 먼저 나서서 모든 것을 챙긴다. 결국 아이는 아주 기본적인 일조차 스스로 해결해 볼 기회를 잃는다. 실제로 학교에서는 옷걸이에 옷을 거는 단순한 일조차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집에서 자기 옷을 스스로 정리해 본 적이 없다는 거다. 심지어 어떤 부모는 아이가 언제 물을 마시고, 언제 화장실을 가야 하는지까지 정해준다. 이처럼 아이의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조차 부모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되면, 아이는 자기 몸의 신호조차 스스로 인식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기 어렵게 된다.
두 번째 원인은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태도다. 경험이 많은 부모가 아이의 실패를 미리 방지하려는 의도로 나선다고 하지만, 이는 아이가 실패를 통해 배우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실패 없는 완벽한 삶은 존재하지 않으며, 실패는 피할 수 없는 성장의 밑거름이다. 부모는 항상 아이 곁에 있을 수 없기에, 아이 스스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따라서 어른이 해야 할 일은 실패 자체를 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대처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을 가르치는 일이다. 실패를 경험한 아이는 그 속에서 문제해결력과 회복탄력성을 기를 수 있으며, 이는 평생을 살아가는 데 큰 역량이 된다.
교육은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 말을 하지 못하고 걷지 못하는 유아기에는 부모가 밀착해 안전을 보장하고, 애착을 형성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에 다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기에는 아이가 자기 생활을 스스로 조절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어야 자기효능감이 생기며, 이는 삶의 만족도와도 연결이 된다. 교육의 목적은 어른의 말을 잘 듣는 꼭두각시 인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손을 떠나서도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기르는 데 있다.
교사로서 여러 해 동안 아이들을 지도하며 느낀 점은, 덧셈과 뺄셈 문제를 몇 개 틀리더라도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아이가 집단에서도 더 주체적으로 활동하고, 친구들을 이끄는 리더십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아이의 몫을 존중하고,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자.
김보아 화진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