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울산학춤’의 날갯짓, 또 다른 도약
지난 4월5일 이른 아침 울산역에 도착해 설렘과 긴장속에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2시간 여를 달려 도착한 서울역에는 봄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었다. 한 손에는 의상이 든 캐리어를, 한쪽 어깨에는 갓통을 둘러메고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전통공연창작마루 광무대에 도착했다.
(사)한국전통춤협회가 주최하는 ‘2025 대한민국전통춤문화제’ ‘차세대전’에 ‘울산학춤’ 박윤경으로 선정되어 무대에 오르게 된 자리다. 이 행사는 만 45세 미만인 각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전통춤 무용가들의 축제의 장으로, 4~5일 이틀간 17명의 전국의 무용인들이 열띤 춤사위를 펼쳤다.
필자가 생각하는 이 무대가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은 여러 명이 추는 군무가 아닌 1인무로 개인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앞서 울산학춤은 한국전통의맥 이 시대의 가무악시리즈 100인전 ‘류파별춤전’에 울산학춤예능자 김성수 박사에 이어 울산학춤계승자 김영미, 강정순 무용가도 광무대에서 1인무를 펼쳤었다.
도착하자마자 몸을 다 풀지도 못한 채 올라간 리허설 무대가 끝나고 분장실로 오는 길에 협회 관계자가 따라왔다. “울산학춤을 선정 안했더라면 이 멋진 춤사위를 못 볼뻔 했다”라는 말을 건네 들었다. 그 순간 누군가의 마음속에 필자의 춤이 선명한 여운을 남겼다는 것을 느꼈다.
관객들이 객석을 꽉 채운 가운데 공연이 시작되었다. 무대에 올라가자 객석 한 사람 한 사람 바라보며 즐기면서 필자의 춤사위를 선보였다. 이후 커튼콜에서 출연진 전원이 다함께 무대 인사를 하고 공연은 막이 내렸다.
무대는 그렇게 끝이 났고 빨리 짐을 챙겨 울산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도 잠시, 관객들이 하나 둘 나에게 찾아왔다. “울산학춤 추신 분 맞으시죠?”라며 말을 건넸다. 귀한 춤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인사를 몇 번이고 들은 듯 했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마디가 있었다. 전국 각지의 저명한 무용인 제자들이 춤을 추는 자리인 만큼 그들의 스승들도 참석했는데 어떤 선생님께서 “경상도 가시나 춤 잘~추네~”라는 그 한마디는 시간이 지난 지금도 필자 귓가에 맴돌고 있다. 또 다른 선생님은 걸어가는 필자의 팔을 붙잡으시고는 “이 춤 끝까지 놓치 말고 추세요”라고도 했다. 그간의 시름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울산학춤은 ‘경상도지리지’에 의거 신라시대 계변(학성)에서 발생한 ‘계변천신’ 설화를 바탕으로 생성된 울산의 민속학춤이다. 울산학춤은 단순히 몸짓만으로 그치는 춤이 아니다. 학의 행동태를 세밀히 관찰하여 인간의 몸짓을 통해 예술적으로 표현한 학의 모방 춤이다.
복식에는 오방색을 담고, 춤의 의미에는 ‘삿된(그릇된) 것’을 물리치고 경사스러움으로 나아간다는 ‘벽사진경’의 뜻이 내포되어 있다. 또한, 영남춤의 특징인 ‘덧배기 가락’에 의한 몸짓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춤이기도 하다.
1997년 김성수 박사에 의해 발표되어 울산학춤보존회가 그 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울산학춤을 계승하고자 찾아오는 예술인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필자는 김성수 스승님께 울산학춤을 사사해 시작된 춤 길 인생 28년차가 되어 현재 울산학춤보존회 회장직을 맏고 있다. 서울에서의 독무대를 뒤로하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성(城)은 성 밖에서 보아야” 한다는 스승님의 말씀을 되네이며, 더 많은 후학들을 양성하고 앞으로도 예술교육 및 다양한 공연활동을 통해 ‘울산학춤’이 울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전승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
박윤경 울산학춤보존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