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도시가 된 예술, 이제는 실천할 때

2025-04-24     경상일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일본 교토에서 열리는 국제 사진 페스티벌 ‘교토그라피(KYOTOGRAPHIE)’를 다녀왔다. 교토 전역이 사진 전시로 가득 찬 이 축제는 17개의 메인 전시와 100여개 이상의 특별, 후원 전시로 구성돼 있다. 대가들의 작품은 물론, 아마추어 사진가, 학생, 어린이의 작품까지 만나볼 수 있어 도시 전체가 사진으로 호흡하는 축제라 할 수 있다. 2024년 전시의 마감 보고서를 통해 총 27만명의 관객, 참여 인력 800명 이상, 외부 전시 참여 작가도 200명 이상으로 집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5년의 전시는 여전히 진행 중이므로 성과의 정도는 알 수 없지만 2013년 시작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올해도 좋은 결과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는 ‘Humanity(인간성)’을 주제로, 일본의 관계 중심 문화와 서양의 개인 중심 사상이 대비되는 방식으로 인간다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각지의 작가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연결을 풀어낸 전시는, 교토라는 도시의 지역성과 보편성을 모두 담아낸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교토 시민과 도시 공간 전체가 이 축제를 함께 만들어 간다는 점이다. 메인 전시 외에도 ‘KG+’라 불리는 특별 프로그램이 주목할 만하다. 공모 형식의 ‘KG+ SELECT’, 기업 협찬의 ‘KG+ SPECIAL’, 자발적 참여로 구성된 ‘KG+’로 채워진다.

빨간 깃발로 표시된 메인 전시장, 노란 깃발로 표시된 KG+ 전시는 도시 구석구석을 누비게 만든다. 갤러리는 물론, 카페, 신사, 상업공간, 야외 등 도시 전체가 전시장이 된다. 커피를 사러 들어가서 작품을 관람할 수도 있고, 무언가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부담 없이 관람이 가능하다. 결과물만 지켜보는 우리로서는 알 수 없는 실패가 있었겠지만, 이들은 마침내 공동의 지향점으로 향해 가는 긍정적인 방법을 찾은 듯하다.

마음껏 예술적 감성을 채울 수 있는 감사한 시간이었지만, 마음 한편이 자꾸만 씁쓸해진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는 이런 예술 향유의 기회는 얼마나 될까. 많은 축제의 난립에도 정작 예술 축제만은 축소되거나 폐지되기를 반복한다. 부러움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지만, 이제는 문화도시 울산을 위해서 할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작가, 공공과 기업의 투자, 시민의 관심이 필수적이다. 교토에서 얻은 예술적 충만함이 울산에서도 가능해지길 바란다. 부러움이 아닌 실천으로, 울산의 예술 생태계가 조금씩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예술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중요한 가치이므로!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