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가스전 CCS 실증사업, 예타 지연 ‘장기 표류’

2025-04-25     석현주 기자
울산 앞바다 동해­1 가스전을 활용한 탄소포집·저장(CCS) 실증 사업이 1년 넘게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사업이 장기 표류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당초 올해부터 추진될 계획이던 사업 일정이 최소 1년 이상 지연될 전망이다.

24일 한국석유공사와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재부가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동해가스전 활용 CCS 실증 사업’에 대한 최종 심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사업 시행 주체인 석유공사는 생산이 종료된 동해­1 가스전을 탄소저장소로 전환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총 사업비 2조9529억원을 정부에 신청한 상태다.

CCS 실증사업은 자동차, 조선, 정유, 석유화학 등 울산의 대표 산업군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동해­1 가스전에 저장하는 구조다.

일부 업종에서는 포집된 탄소를 활용하는 CCU(Carbon Capture & Utilization)도 가능해 산업적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실사단이 산업부, 해양수산부와 함께 울산 현장을 방문해 포집설비와 허브터미널 예정지를 점검했으나, 조기 대선 등으로 인해 예타 심의가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는 당초 2027년으로 계획했던 이산화탄소 첫 주입 시점을 2028년으로 순연하기로 했다.

동해­1 가스전은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총 4800만 배럴 규모의 천연가스를 생산한 시설로.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CCS 입지로 평가가 높다. 울산에는 UNIST, 한국화학연구원 등 관련 연구기관도 밀집해 있어 실증사업 추진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 동해­1 CCS 사업이 완성되면 LNG 개질 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어 블루수소 생산도 가능해진다. 같은 방식으로 생산된 수소라도 이산화탄소를 저장하지 않으면 ‘그레이수소’로 분류, 탄소 감축 효과가 없다.

산업적 효과도 주목된다. 이번 사업에는 기존 가스 수신용 파이프를 고압 이산화탄소 송신 파이프로 전환하는 공정도 포함돼 있으며, 향후 수소, 철강, 시멘트 등 고탄소 업종의 수출 경쟁력을 지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2026년부터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본격 도입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고려하면, 국가 단위 CCS 인프라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 전문가들은 “CBAM 시행 이후에는 개별 기업의 감축 노력만으로는 규제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구조적 대응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도시로 CCS 실증에 최적의 입지를 갖추고 있다”며 “동해가스전 활용 CCS 사업이 조속히 예타를 통과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