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해킹 사태에 대리점 ‘유심 대란’ 조짐

2025-04-28     오상민 기자
SK텔레콤이 해킹 사태로 유심(USIM) 무상 교체 조치에 나섰지만, 교체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울산에서도 유심 재고 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 대리점에서는 재고 소진으로 고객들이 헛걸음을 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5일 찾은 울산 남구의 한 SK텔레콤 대리점. 아침 일찍부터 유심을 교체하려는 고객들이 몰렸지만, 준비된 물량은 오전 중 모두 소진됐다. 일부 매장은 ‘유심 재고 소진’ 안내문을 붙이고 방문객을 돌려보냈다.

한 고객은 “대리점 네 곳을 돌았지만 모두 유심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며 “해킹 소식에 불안해 미리 교체하려 했지만 헛걸음만 했다”고 말했다.

모바일뱅킹과 전자결제 이용이 많은 30~40대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교체 수요가 급증했으며, 고령층도 자녀나 지인 권유로 대리점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현재 SK텔레콤 전체 가입자 2300만명과 알뜰폰 이용자 187만명 등 약 2500만명의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유심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SK텔레콤은 50만개의 유심을 긴급 확보해 대리점에 공급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재고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SK네트웍스 역시 주말 동안 전국 대리점에 긴급 배송을 실시했지만, 평소 매장당 수십장 수준이던 유심 재고는 해킹 사태 이후 순식간에 바닥나고 있다.

우선 SK텔레콤은 28일부터 전국 대리점과 공항 로밍센터를 통해 본격적으로 유심 무상 교체를 시작한다. 교체 대상은 18일 자정 기준 이동통신 가입자로, 1회에 한해 무료 교체가 가능하다. 일부 워치·키즈폰 등은 교체 대상에서 제외된다.

초기에는 이용자 쏠림으로 당일 교체가 어려울 수 있어, 방문 매장에서 예약 신청 후 별도 교체 일정 안내를 받는 방식도 병행할 예정이다. 공항에서의 유심 교체는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충분한 여유를 두고 방문하는 것이 권장된다.

또 지난 19일부터 27일까지 자비로 유심을 교체한 고객에 대해서도 무상 교체를 소급 적용해, 납부한 비용을 통신요금 감면 방식으로 환급할 방침이다. SK텔레콤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가입자도 동일한 조치를 받을 수 있으며, 세부 방법은 각 알뜰폰 업체가 별도로 안내할 예정이다.

다만 울산지역 주요 대리점 상당수가 27일 정기 휴무에 들어가면서, 유심 교체를 기다리는 고객 수요가 28일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리점들은 대기시간 증가와 혼잡을 우려하며, 가급적 예약 방문을 권장하고 있다.

한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주말과 다음주 초까지는 유심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혼잡을 피하려면 가급적 예약 후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SK텔레콤은 지난 19일 고객정보 유출 의심 정황을 포착해 내부 조사를 진행했으며,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화했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유심 교체 외에도 ‘유심 보호 서비스’ 무료 가입을 독려하는 등 대응책을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신상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유출 범위와 경로는 보안당국과 경찰의 조사가 끝나야 명확히 드러날 전망이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