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저성장 늪 빠진 한국 경제, 가계·기업 부채 ‘경고등’

2025-04-28     경상일보

저성장의 터널에 빠진 한국경제에 가계와 기업 부채 문제가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과 카드사의 대출 연체율이 1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치솟고. 빚을 제때 못갚아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가 된 개인사업자도 1년 새 30% 가까이 급증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발 관세전쟁의 여파로 수출 기업까지 휘청거릴 경우 ‘부채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국내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1분기 실적 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연체율 평균은 0.41%로, 직전 분기 대비 0.07%p나 급증했다. 이 중 KB국민은행의 기업 연체율(0.40%)은 8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중소기업 연체율(0.50%) 상승폭(0.10%p)은 1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NH농협은행의 기업 연체율(0.84%)도 약 8년 만에 가장 높았다.

상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실 채권 규모(3개월 이상 연체)는 사상 처음 13조원에 바짝 다가서며 역대 최대치를 다시 경신했다. 기업 부실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서민 경제 역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카드사들의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 기준)이 줄줄이 상승하며 거의 10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카드 대금이나 고금리 대출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서민들이 늘어나는 등 가계 부실 위험에 커졌다는 방증이다.

무엇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취약 차주들의 연체율 상승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LTI)은 344.5%로, 연 소득의 3.4배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분위별로는 저소득 자영업자들의 대출 잔액만 유독 증가한 것은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경기 불황 속에서 취약 계층이 빚에 의존해 힘겹게 버티고 있음을 시사해서다.

가계 및 기업 부채 위기는 고금리의 지속과 내수 침체의 장기화, 부동산 경기 침체, 경제 성장률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꺼져가는 경제의 불씨는 살리고, 가게·기업 부채의 뇌관은 조속히 제거해야 한다. 이런 위험스러운 상황이 계속되면 개별 경제 주체의 부실을 넘어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불안정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와 금융 당국은 취약 계층과 자영업자 및 기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