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박정희 묘역 참배…중도 확장에 박차

2025-04-29     김두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21대 대선후보가 본선후보 활동을 개시한 첫날부터 공격적인 중도 확장에 나서고 있다.

28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후보가 당내 통합도 중요하지만 이제부터는 진영에 상관 없이 지지를 받는 지도자의 면모를 각인시켜 중도 표심을 얻는 게 대선 승리에 필수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 후보는 28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전직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이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은 물론 보수 진영을 상징하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특히 애초 예정에 없었던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묘역도 참배했다. 제철업에 투신해 산업화 기틀을 마련하는 데 기여한 박 명예회장은 자민련 총재를 거쳐 김대중·김종필(DJP) 연합으로 탄생한 김대중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내는 등 정치세력 간 통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인물로도 평가된다.

그만큼 이날 현충원 참배는 좌우를 뛰어넘어 통합을 실현하겠다는 이 후보의 의중이 잘 반영된 일정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전날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마친 뒤 한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도 ‘통합’이라는 단어를 14차례나 썼다. 전통적 지지층에만 기대지 않고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까지 지지세를 적극적으로 넓히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 참배로 시작한 이 후보의 첫날 행보에는 중도·통합의 가치 외에도 실용 정신을 부각하는 뜻이 담겼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이 후보는 오전에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오후엔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찾아 ‘AI(인공지능) 메모리 반도체 간담회’를 개최했다.

여기에는 이념 문제에 발목을 잡힐 게 아니라 비상계엄 이후 침체한 경제를 살리는 게 급선무라는 이 후보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게 당내의 평가다.

이 후보는 현충원 참배 후 취재진과 만나서도 “망인들의 평판은 역사가와 시민사회에 맡겨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치는 현실이고, 민생을 개선하는 것이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몫”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어 “가급적이면 지나간 이야기, 이념과 진영 이런 것들은 곁으로 미뤄두면 어떨까 생각해봤다”고 했다.

이른바 ‘먹사니즘’과 ‘잘사니즘’ 등 이 후보가 내건 실용주의 경제 기조를 각인시키면서 진영을 뛰어넘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김두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