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없는 유심교체 발표 혼란 가중”

2025-04-29     신동섭 기자
SK텔레콤 유심칩 해킹과 관련해 개인정보 유출 등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대리점으로 몰리며 ‘오픈런’ 현상을 빚고 있다.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안내도, 물량 준비도 없이 단순 예약만 접수하면서 SK텔레콤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교체만 발표해 혼란을 키운다는 성토가 나오고 있다.

28일 오전 중구 병영동 일원. 멀리서부터 SK텔레콤 대리점이 어디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줄이 길게 형성돼 있다. 대리점 밖에는 70~80명가량의 손님이 뙤약볕에 대기 중이다. 대리점 안에도 20여 명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고, 대리점 직원들도 대기 손님들에게 유심 물량 소진 혹은 예약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 막상 대리점 안으로 들어가더라도 다음 주에 입고될 유심 물량에 대한 예약을 받는 A4 용지에 연락처를 기재하고 연락을 기다리라는 설명만 할 뿐이었다.

신모(30·중구)씨는 “최근 광고 전화가 너무 많이 와 걱정이었는데, 유심이 해킹됐다는 뉴스를 접하고서 이것 때문인가 싶었다. 결국 50분을 기다렸지만, 예약을 위한 연락처만 적고 돌아왔다”며 “예약을 받던 직원들도 제대로 된 매뉴얼이 없는 듯, 허둥지둥하며 제대로 된 안내를 못 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리점을 방문한 사람들은 자기 시간과 돈을 바닥에 내다 버린 꼴”이라며 “이럴 바에는 지역별로 유심이 언제 입고된다고 안내 문자를 보내거나, 온라인 예약 또는 택배로 유심을 발송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김모씨(70대·남구)는 “유심보호서비스라는 걸 가입하라고 하는데, 할 줄 몰라 아침 일찍부터 대리점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 나이대는 보이스피싱 전화가 오면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내 번호가 보이스피싱범들에게 넘어갈까봐 유심을 교체하러 왔다”고 말했다.

한편 SK텔레콤이 확보한 유심은 약 100만 개로, 전체 교체 대상 2500만명(알뜰폰 포함)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5월 말까지 500만 개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지만, 당분간 대리점마다 ‘유심 재고 소진’ 안내문이 붙는 등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