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의 생각의 窓]‘법대로’를 아십니까?

2025-04-30     경상일보

울산 남구 옥동에 가면 ‘법대로(法大路)’라는 도로가 있다. 법조타운을 조성하면서 명명했으며, 그 취지를 나타내는 표지석도 세웠는데 이렇게 시작된다. ‘법은 우리들 곁에 있고, 법이 바로 서는 곳에 정의가 있다. 정의가 살아 숨 쉬는 곳에 꿈과 희망이 있고, 꿈과 희망이 있는 곳에 행복이 열매 맺는다.’

지난 4월25일은 ‘법의 날’이었다. 법의 날을 보내면서 최근 법치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법은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지며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그 기본원리 중에 법치주의가 있고 법치주의란 ‘국가와 국민 모두가 법에 따라 행동하며, 법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된다’고 챗GPT는 말한다. 결국 입법·사법·행정부와 국민이 법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 현실을 보면 과거보다는 크게 나아지긴 했으나 과제도 많다.

먼저 입법부. 국회는 법률을 제정해 국가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으나, 깊이 들어가 보면 문제점도 있다. 국가의 미래와 국민생활과 관련된 법률은 최대한 빨리 의결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송·변전 설비를 적기에 건설하기 위한 ‘국가기간 전력망구축 특별법’이다. 전력망 건설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인·허가 규제완화 등을 담은 내용인데 발의된 지 1년 3개월이나 지체된 후 통과됐다. 이에 반해 정략적인 일부 법들은 일사천리로 빨리 의결하기도 한다.

그리고, 법 준수를 솔선수범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법을 위반하거나 불법행위를 조장 내지는 선동까지 하는 사례도 있으나 이를 제어할 장치도 없어 유권자들이 다음 선거에서 표로써 행사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음은 사법부. 사법부는 법률에 따른 재판을 통해 법질서를 유지하는, 국가의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그런데, 사법부에도 개선할 과제가 있다.

먼저, 재판 지연 문제. 보도에 따르면, ‘2023년 민사1심 합의부 재판의 평균 처리기간이 473.5일로 2018년(297.1일)보다 59.4%나 늘어질 정도로 지연이 심각하다. 재판 지연의 압권은 모 시장의 선거법 재판에서 임기가 만료된 후 무려 3년10개월(본래 선거법관련 1심 재판은 6개월임)만에 1심 선고가 내려졌다.

오죽하면 현 대법원장이 취임사에서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는데도 법원이 이를 지키지 못해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고 했겠는가. 큰 원인은 판사 수 부족이라 한다. 한국의 판사 1인당 사건처리 건수가 독일의 4배, 일본의 2배가 넘는 실정이라 정원을 대폭 늘려야 하는데, 결국 사법부의 책임이다.

한편, 보도에 따르면 재판 지연의 또 다른 사유로 일부 판사들의 적극적인 업무수행 노력의 부족도 있다고 하는 바 이는 인사 시스템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일부 법관들의 정치적 편향 문제다. 공무원에게는 정치적 중립의무가 있고 특히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판단하는 법관들에게는 더욱 엄격히 적용돼야 할 것인데, 일부 판사들이 이에 반하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사법부의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 “법원은 정치를 대신하는 곳이 아니다”는 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의 말을 새겨들어야 하며 징계제도를 활용해 이들을 적극 제재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행정부. 법을 집행해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실제 범죄와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관련해서는 검찰과 경찰이 주로 담당하고 있다. 사회가 날로 복잡해짐에 따라 범죄의 양상도 다양해지고 건수도 늘고 있어 공무원들의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다만, 누구에게나 법 집행을 공정하게 하고 있는지와 일부 간부 공무원들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논란 문제는 개선돼야 할 과제다.

성(聖) 아우구스티누스는 ‘자유는 법률의 보호를 받아 처음으로 성립한다’고 했다. 법이 우리를 구속하는 것 같지만, 법이 있어야만 우리가 자유롭고 안전하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항상 법을 잘 지켜야 할 것이다.

이기원 전 울산시 기획관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