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칼럼]환경안전과 깨진 유리창의 법칙Ⅰ
울산은 1962년 최초로 대한민국 공업지구로 지정되면서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산업 위주로 성장해왔다. 특히 울산미포, 온산 국가산업단지는 전국 국가산업단지 수출의 32%(2021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경제에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의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된 대표적인 공업도시로, 지금까지 한국의 산업수도 역할을 해오고 있다. 전국 최초의 정유사를 시작으로 울산의 경제 성장지표는 곧 한국경제 성장의 지표일 정도로 매우 밀접하고 중요하며, 울산이 한국에서 매우 중요한 산업도시라는 것에 의문점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자동차산업, 조선업, 다양한 화학물질의 세계 최대 생산 기업 등 명예로운 많은 성과들 이면에 요즘 많이 들리는 말은 “경제위기다”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IMF 경제위기 때보다 더하다” 라는 등 울산의 산업경제 위기에 대한 걱정이다.
울산의 산업들은 대부분 수출을 중점으로 하는 화학, 비철금속, 자동차, 중공업이 주력이고 이러한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하위 플랜트들이 거미줄과 같이 얽혀져 있다. 특히, 울산의 대기업들은 실질적 공장의 생산·운영 및 유지보수 과정에서 하도급 형태로 인력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기업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OEM 형태(주문자 상표에 의한 제품 생산)의 중소규모 사업장과 사업장 내 공정의 설비를 유지하거나 보수하기 위한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업체 등이 다양하게 울산의 산업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산업생태계의 상위에 위치한 기업이 흔들리게 되면 그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요즘 울산의 산업생태계는 국내·외 급변하는 정치·외교·경제상황의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기업의 미래혁신을 위한 투자를 전면 재검토하거나 보류하고, 제품의 유형 및 이윤추구의 방향을 조금 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검토 및 변경하는 등 치열한 생존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세계적 위기는 울산의 산업생태계를 위태하게 하고 있고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가정경제가 어려우면, 가장 먼저 지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기업들 역시 살아남기 위해 투자와 지출에 대한 검토가 더욱 면밀해지고 최소화되고 있다.
필자는 기업들의 투자와 지출의 최소화가 환경·안전에 대한 투자의 최소화로 연결될까 하는 우려가 크다.
학창시절, 선배들이 하던 우스갯소리 중 하나는 경기가 좋지않을 때, 제일 먼저 인력 구조조정 1순위가 환경·안전관련 부서라는 소리였다. 환경·안전에 관한 인식수준을 나타내는 현실을 의미하는 말인 듯 하다. 아마도 생산과 환경안전이 늘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관계라서, 어쩌면 그런 관계로만 생각하기에, 생겨나는 말들일 것이다. 취업시장이 얼어붙었다는 많은 소식 속에서 환경 안전분야의 인력채용 시장은 더욱 얼어있다.
우리는 투자와 안정적인 경영방침을 세우고자 할 때, 환경과 안전에 대한 투자가 진정으로 삭감 검토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진정으로 생산과 환경안전은 공존하고 상생할 수 없는 사이인가? 라는 것을 진중히 고민해보아야 한다.
1980년대 이후 한국의 산업경영 방향은 이윤추구가 최우선이었으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환경에 관한 책임이 기업의 이미지화가 되면서 경영의 방향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2010년 이후 사회적 가치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경영방침이 중요해지기 시작하면서 ESG 경영이 본격적으로 도입이 되었다. 생산을 우선시하던 경영에서 환경과 안전이 더 우선이라는 경영으로 바뀌어가는 찰나에, 지금의 산업위기가 다가왔다.
모든 것이 과거로 되돌아 갈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필자는 울산에서 발생하는 화학사고의 예방·대비·대응·복구를 담당하는 재난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으로 환경·안전분야에 관한 투자나 지원이 소극적이 되어가는 것이 보이기에, 최근의 울산의 산업위기를 바라보며 많은 걱정이 앞선다.
권혜옥 낙동강유역환경청 화학안전관리단 울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장(환경)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