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150)]부모 속엔 부처가 있다

2020-04-27     이재명 기자

목어를 두드리다/ 졸음에 겨워// 고오운 상좌아이도/ 잠이 들었다.// 부처님은 말이 없이/ 웃으시는데// 서역 만리 길// 눈부신 노을 아래/ 모란이 진다.…‘고사(古寺) 1’(조지훈)



오는 30일은 부처님 오신날(불기 2564년)이다. 부처님오신날은 본래 ‘석가탄신일’로 불리었으나, 2018년 ‘부처님오신날’로 공식명칭을 변경했다.

부처의 본래 발음은 ‘붓다’이다. ‘붓다(Budha)’는 산스크리트어로서 ‘진실하고 어진 사람’이란 뜻이다. 이것이 중국을 거쳐오면서 한자식 표기인 ‘불타(佛陀)’가 되었고,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불타→부텨→부처로 변이됐다. ‘부처’가 사용된 시점은 우리나라에 불교가 들어온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본래 부처·불(佛)이란 석가모니불만을 한정한 것이었으나, 지금은 많은 부처와 보살 등을 포함하고 있다.

불교를 창시한 부처의 원래 성명은 ‘고타마 싯다르타’다. 성(姓)은 고타마(瞿曇)이고, 이름(名)은 싯다르타(悉達多)이다. 후에 깨달음을 얻어 붓다(Buddha 佛陀)라 불리게 되었다. 석가(釋迦)는 ‘샤카(샤키아)’라는 민족의 명칭을 한자로 발음한 것이고, ‘모니(牟尼)’는 성인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석가모니는 ‘석가족(族) 또는 샤키아 족 출신의 성자’라는 뜻이다. 보통 석가세존, 석존(釋尊), 여래, 불타, 붓다, 불(佛)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석가는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자마자 외쳤다.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서 오직 내가 홀로 존귀하다’고. <전등록(傳燈錄)>에는 ‘석가모니불이 태어나자마자 한 손은 하늘을, 한 손은 땅을 가리키고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며 사방을 둘러보며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내가 홀로 존귀하다고 말하였다(釋迦牟尼佛初生 一手指天 一手指地 周行七步 目顧四方曰 天上天下唯我獨尊)’라고 기록돼 있다.

일곱 걸음을 걸어갔다는 것은 지옥도·아귀도·축생도·수라도·인간도·천상도 등 육도(六道)의 윤회에서 벗어났음을 뜻한다. ‘유아독존’의 ‘나’는 석가 개인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천상천하’에 있는 모든 존재를 가리킨다. 석가가 이 땅에 온 뜻은 고통 속에 헤매는 중생을 구제하고 인간 본래의 성품인 ‘참된 나(眞我)’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문득 ‘부모 속엔 부처가 들었고 자식 속엔 앙칼(매우 모질고 날카로움)이 들었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