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지브리 스타일 열풍
최근 “지브리 스타일로 그려줘”라는 키워드 지시어의 유행으로 거의 대다수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지브리 스타일로 도배되었던 적도 있었다. 주위에는 간혹 소문과 달리 실물에서 변형이 적게 되어 결과물에 실망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따뜻하고 어려보이는 모습에 대다수 사람들은 대개 만족감을 보였다. 아직도 그 열풍은 완전히 식지 않고 남아서 이제는 반려동물의 인간화, 다른 애니메이션 풍으로 바꾸는 것, 바비인형 세트처럼 바꾸는 것 등까지도 등장하고 있다.
SNS 프로필 사진은 자기의 아이덴티티를 즉각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또한 유행에도 민감하다. 예전에 중국 SNS에서 신속한 서비스를 받거나 온라인에서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한국 배우 마동석의 사진으로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 것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다. 마동석 사진으로 바꾸고 아파트 단체방에서 한마디 했더니 도난당한 스쿠터가 돌아왔다는 글이 인기를 끌었다.
지난달 기준 챗GPT 가입자 수가 5억명을 돌파했다고 하니 지브리 화풍 변환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겠다. 이러한 인기와 더불어 예상치 못한 다양한 우려 또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챗GPT를 만든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녹아내리고 있다”며 지브리 화풍 관련 열풍의 부작용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미지 변환에 전력 소모도 엄청나서 기후위기, 환경파괴의 주범이라고 비판받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이 열풍은 저작권 문제라는 난제를 품고 있는 사안이다. AI가 창작한 발명에 대해 ‘발명자’의 지위와 ‘특허를 받을 권리를 가진 자’의 지위를 누가 가질 것인지 문제 된다. 비슷하게 저작권 분야에서는, AI가 창작한 저작물의 ‘저작자’가 누구인지 문제 되고 또한 ‘인간의 사상, 감정의 표현인 창작물’ 즉 ‘저작물’로 인정될지 문제 된다. 현행법상으로는 전적인 AI 창작물에 이러한 지위를 인정하지는 못한다고 할 것이다.
지브리 화풍이 보호받을 수 있을지 또한 문제 된다.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에 의하면 저작물에 포함되어 있는 구체적 표현은 보호하되 내재된 아이디어는 저작권으로 보호하지 않는데, 이는 저작권법의 대원칙이다. 아이디어는 기술적 아이디어로서 특허요건을 갖춘 경우 특허권으로 보호하는 객체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동일한 화풍의 다른 표현을 한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다만 AI가 학습하는 과정에서 원작자의 그림을 무단 복제했다면 저작권 구체적으로는 복제권(저작권은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으로 나뉘고, 복제권은 저작재산권의 일 지분권이다.) 침해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 물론 공정이용(Fair use)이라는 침해주장에 대응하는 논리, 법 규정이 있다. 그러나 AI라는 어마어마한 신기술이 개입된 저작권 침해의 인정 여부 논란에 대해 아직은 무엇 하나 정답이라고 나온 것은 없다.
지브리 창립자인 미야자키 하야오는 AI 애니메이션에 대해 “생명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하고, 원피스 감독 이시타니 메구미는 “애니메이션 작품이 싸구려 취급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반면에 작품 제작에 AI를 적극 활용하는 창작자들도 또한 많다고 하니 역설적이면서 놀라운 현실에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AI가 세상에 나오면서 지식재산권은 갈수록 더욱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무체재산권 즉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권리 침해로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는 것이다. AI가 신기술인데다 어려운 문제이어서 정답이 없으니 더 연구를 해야 한다고 하는 핑계는 오래 끌어서는 안 된다.
조만간 정답을 내어 법령으로 기준을 정하고 학설과 판례로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기술이 초고속으로 달아나고 있는데 법령과 해석이 한낱 리어카 수준이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국 정부는 작심하여 지식재산권 분야에 중무장을 할 것이 요구된다. 우리의 경우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을 따로 관리하기보다 지식재산처 설립으로 통합관리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