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해킹사태’에 소비 판도 요동
2025-05-01 오상민 기자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이 본격화된 지난 22일 이후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의 알뜰폰 유심 매출은 일제히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24 역시 같은 기간 53% 이상 증가했다. 특히 SK텔레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사업자인 SK텔링크 유심의 주말 매출은 GS25에서 전주 대비 22배, 세븐일레븐에선 13배나 뛰었다.
기존 SK텔레콤 가입자들이 대리점 재고 부족으로 편의점으로 몰렸고, 이참에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로 갈아타려는 움직임까지 겹친 영향으로 분석된다.
통상 월 2만~3만원대의 요금제가 형성돼 있는 알뜰폰은 고물가 상황 속에서도 ‘가성비 통신’ 대안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유심 발주량을 평소보다 최대치로 늘려 대응하고 있다. CU는 “유심은 원래 매출 변동이 거의 없는 품목이지만, 최근에는 품절 우려로 점포별 사전 확보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태는 금융권 소비 형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유심의 고유식별정보 유출은 없다고 밝혔으나, 고령층을 중심으로 유심 해킹 가능성을 우려해 자유예금에서 정기예금으로 자금을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유예금은 스마트폰을 통한 간단한 인증으로도 해지가 가능하지만, 정기예금은 원칙적으로 본인이 직접 은행을 방문하거나 별도의 보안인증 절차를 거쳐야 해 해킹 피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보호장치’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권 일부 지점에서는 “최근 며칠 새 고령층 고객의 정기예금 전환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등의 반응도 나오고 있다.
통신망 해킹이 전방위적인 소비 패턴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계와 금융권 모두 사태 추이를 주시하며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보안 사각지대가 소비자 신뢰를 흔들면서 ‘비접촉-비대면’ 편의성보다 ‘안전성’을 우선시하는 흐름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