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고 마모되고…관리 안되는 울산 점자블록
2025-05-01 주하연 기자
30일 중구 우정동의 한 보행로. 횡단보도 양끝에 점자블록이 설치됐지만 일부 블록은 금이 가거나 조각조각 깨져 있고, 일부는 통째로 사라져 아스팔트 바닥이 드러나 있었다.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이 보행 시 발바닥이나 지팡이의 촉감으로 위치와 방향을 알 수 있도록 표면에 돌기를 양각한 블록이다. 그러나 이날 확인한 점자블록은 돌기부분이 마모되거나 모래자갈이 덮여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취재진이 점자블록을 직접 밟아봤지만 보도블록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상태였다.
인근에는 점자블록 위에 전동킥보드 등이 방치돼 있는가 하면, 점자블록 가운데에 자동차 진입억제용 말뚝인 볼라드가 뽑힌 채 아랫부분만 남아 있었다.
울주군 범서읍의 한 보행로 역시 볼라드가 점자블록 위에 설치돼 있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 규칙에 따르면 볼라드는 교통약자들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30㎝ 이상 앞에 점자블록을 설치해야 하지만 관내 상당수 볼라드는 점자블록과의 이격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23년 보건복지부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주관으로 전국 지자체 청사 278곳의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인근 횡단보도의 점자블록 126곳 중 124곳(98.4%)이 부적정하게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횡단보도의 볼라드는 조사된 69곳 모두 부적정하게 설치됐다.
2급 시각장애인 이모씨는 “점자블록이 파손되거나 적치물이 놓여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선형·점형 점자블록이 반대로 설치돼 엉뚱한 위치를 가리키거나 복도나 계단 손잡이에 부탁된 점자표시가 뒤집혀 있는 경우도 많아 혼란을 겪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중구의회는 최근 시각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공공건축물과 공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점자 안내체계를 확대하는 내용의 ‘울산시 중구 점자문화 진흥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울산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점자블록, 점자표지판 등에 문제가 있을 경우 파악되는 대로 유지·보수에 나서고 있지만 민원이 발생하지 않으면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시각장애인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지속적으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을 점검·정비하는 등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기준 울산에 등록된 장애인 5만1055명 중 시각장애인은 4759명에 달한다. 주하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