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봄, 꽃가루 비상(飛翔)에 알레르기 비상(非常)

2025-05-01     김은정 기자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갑작스러운 눈 가려움과 목 통증으로 울산의 한 이비인후과를 찾았다가 ‘꽃가루 알레르기’ 진단을 받았다. 평소 별다른 알레르기 증상이 없었던 김씨는 “올해 갑자기 증상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며 “거리에도 흰 가루 같은 게 날리는 게 보일 정도여서 알레르기를 의심했다”고 말했다.

따뜻한 봄바람을 타고 퍼지는 꽃가루가 울산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꽃가루 비산 시기는 갈수록 앞당겨지고 양도 많아지는 추세다.

울산시 환경보건센터 김양호 교수 연구팀이 지난 2020년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종 구조로 인해 울산은 봄철 수목류 꽃가루 농도가 다른 지역에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소나무와 참나무의 꽃가루 농도가 크게 치솟았다. 연구 결과 채집된 대기 중 소나무와 참나무 꽃가루 비율은 각각 44.3%와 22.3%로 전체 수종 중에 1·2위를 차지했다.

수목 구조와 함께 기후 변화도 꽃가루 알레르기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30일 발표한 ‘식물계절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침엽수 4종(소나무, 구상나무, 잣나무, 주목)의 평균 꽃가루 비산 시작 시기는 2010년 기준 5월 중순에서 지난해 4월26일로 보름 가까이 앞당겨졌다. 기후가 따뜻해질수록 수목 생장이 빨라져 꽃가루 배출도 빨라지기 때문이다.

설윤경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은 “울산은 참나무, 편백, 자작나무 등 꽃가루를 많이 날리는 수목이 도시 가까이에 많다”며 “일반적으로 연평균 기온이 오를수록 꽃가루 농도도 짙어지는데, 관련한 위생 교육 강화 및 적절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울산에 꽃가루 농도를 체계적으로 관측하거나 분석하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수목 종류, 기후, 사람 등에 따라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울산만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지만, 기상지청이 없는 울산에는 꽃가루를 직접 측정하는 관측소가 설치돼 있지 않다.

이에 기상청 전국 평균 수치나 부산, 대구 등 타지역 자료에 의존하고 있어 울산만의 알레르기 질환 예방이나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산업단지인 울산의 특성을 살린 데이터베이스 마련과 울산만의 실정에 맞는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양호 울산시 환경보건센터 연구팀장은 “울산은 대규모 산업단지를 끼고 있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편인데, 여기에 꽃가루가 흡착되면 알레르기 유발 및 악화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며 “울산만의 대기 특성을 고려한 꽃가루 농도 관측소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