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도심 집회에 소음·교통불편 피해 호소
2025-05-07 정혜윤 기자
근로자의 날인 지난 1일 울산 남구 번영로 일원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가 주거지와 상업지역이 혼재한 생활권을 정면으로 덮치면서 시민 불편이 속출했다.
이날 울산문화예술회관 앞에서는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주최 ‘2025 세계노동절대회’가 열렸다. 수천 명이 모인 이날 대회는 매년 태화강역광장, 태화강둔치, 울산시청 인근 등에서 개최되다 올해는 남구 번영로 일원 도로에서 진행됐다.
앞서 지난 3월29일에도 번영사거리 일원에서 세이브코리아 주최 대규모 탄핵반대 집회가 열렸다. 6개 차로 전체가 전면 통제되면서 버스 우회부터 소음, 교통난 등으로 일대가 큰 혼잡을 빚은 바 있다.
그나마 노동절대회 행사에서는 2개 차로 통행을 허용했지만 휴일 도심 한복판에서 대규모 집회가 한달 만에 또 열리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잇따라 터져나왔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낮 12시 전부터 수천 명이 도로에 모여서 여기저기서 담배를 피고, 화단에도 들어오고, 횡단보도를 막기도 하면서 민원이 쏟아졌다”며 “집회의 자유를 인정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되지 않나. 휴일에 쉬던 주민들이 종일 소음과 교통난으로 곤욕을 치렀다”고 호소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두 곳의 버스정류장에서는 ‘버스 무정차 운행’으로 정차하지 못하기도 했다.
시민 불만은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터져 나왔다. 각종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왜 자꾸 번영로에서 집회가 열리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의미있는 날인 것은 알겠지만 휴일 나들이 가는 큰 길목을 통제해 도로에서 20분째 꼼짝도 못하고 있다” 등의 불만이 이어졌다.
집회가 소음기준을 넘으면서 경찰의 수사 의뢰도 이어졌다. 경찰은 집회 측에 소음기준(60㏈) 초과로 소음 유지 명령부터 소음 장비 사용 중지 명령 등을 내렸지만 확성기 등이 계속 사용되면서 집시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이날 하루 동안 총 접수된 112 신고는 소음 22건, 교통 불편 40건이다.
현행법상 집회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된다. 경찰은 신고가 접수되면 원칙적으로는 수리해야 하며 ‘주요 도로의 교통 소통에 중대한 장애’가 우려되는 경우에만 금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요건은 극히 엄격하다. 특히 현행법상 울산의 주요 도로는 현재 산단로와 중앙로 두 곳으로만 규정하고 있어 그외 도심 도로에서는 집회 금지 요건을 적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영업 손실이나 소음 피해에 대한 구제 장치도 없다. 이런 와중에 각종 집회가 점차 도심으로 옮겨오면서 교통체증이나 소음 피해에 관한 지역 사회의 우려도 큰 만큼 시민 기본권과 사회적 공익의 균형을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