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HD현대重-한화오션 이상동몽의 힘, K-방산 저력 보여줄까

2025-05-08     경상일보

국내 방산시장의 맞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최대 33조원에 달하는 캐나다의 잠수함 도입 사업에서 손을 맞잡았다. 해외 시장에서 ‘국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어제의 적’에서 ‘오늘의 동지’로 변신해 ‘원팀’ 협력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두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K-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를 기대한다.

캐나다 TV 방송 CBC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 3월 초 캐나다 정부에 200억~240억 달러(약 27조8000억~33조3000억원) 규모의 공동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는 정부의 공식적인 입찰 요청(RFP)에 앞서 한국 잠수함의 우수한 성능과 매력적인 조건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미요청 제안서’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양사는 제안서에는 2035년까지 최첨단 잠수함 4척을 인도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캐나다 내 정비시설 건설 및 현지 인력 채용 계획까지 제시했다.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선 장기적인 파트너십 구축 의지를 어필한 것이다.

캐나다는 3000t급 잠수함 8~12척을 도입하는 최대 60조원 규모의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를 추진 중이다. 아직 사업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한국 외에 독일, 프랑스, 스페인, 스웨덴 등 유럽 국가의 참여가 예상돼 치열한 수주 경쟁이 불가피하다.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 사업 수주를 놓고 앙금이 쌓인 양사가 해외 수주전에서 ‘동지’로 뭉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말 호주 해군의 호위함 사업에서 나란히 고배를 마신 이후 방위사업청의 중재를 통해 해외 사업에서 ‘원팀’ 협력구도를 갖추게 됐다.

두 회사의 원팀 전략은 ‘내부 경쟁, 외부 공조’라는 독특한 협력 모델로 K-방산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겉으로는 서로 다른 처지이나, 같은 목표를 품고 함께 노력한다’는 이상동몽(異床同夢)의 관계로 발전한 상황이다.

방위사업청은 양사의 방산협력을 계기로 표류하는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도 조속히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K-방산 기업간 자중지란을 막고 해군의 핵심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전문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신속히 사업자를 결정해 K-방산 생태계를 정상화해야 할 것이다.